“도심에 멧돼지 나오면 어떻게 하냐? 전에는 경찰이 사살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늑대다 뭐다 하는 거 보면 웬만하면 안 죽이고 마취해서 돌려보내는 것 같던데.”
— 어제 저녁, 뉴스 보다가 혼자 궁금해져서 검색창을 켠 나

도심 멧돼지 출몰 뉴스는 이제 계절을 안 가리고 뜹니다.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심지어 상가 지하 승강기 앞에서 멧돼지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몇 달에 한 번씩은 꼭 올라와요. 저는 경기 북부에 삽니다. 집에서 걸어서 20분이면 야산 등산로 입구고, 얼마 전엔 밤 8시에 그 뒷산에 야경 보러 올라갔다 왔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저한테 남 얘기가 아닙니다. 그 컴컴한 등산로에서 멧돼지랑 마주쳤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게 궁금해서 찾아보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찾다 보니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게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요즘은 안 죽이고 마취해서 돌려보내지 않나?” 부터가 틀린 전제였고, “경찰이 총 쏘는 거 아니냐”도 정확히는 틀린 얘기였습니다. 오늘은 그 헷갈리는 걸 법령 조문이랑 실제 사례로 하나씩 정리해봤습니다. 저처럼 산 끼고 사는 분들은 112에 신고했을 때 실제로 누가, 무슨 권한으로 출동하는지 알아두면 손해 볼 게 없습니다.
📞 도심 멧돼지 출몰, 신고는 112일까 119일까 시청일까
제가 제일 먼저 궁금했던 게 이거였습니다. 야생동물이니까 시청 환경과인가? 위험하니까 112인가? 구조니까 119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셋 다 신고를 받습니다. 대신 하는 일이 다릅니다.
| 신고처 | 실제로 하는 일 | 이럴 때 |
|---|---|---|
| 112 (경찰) | 현장 통제 · 주민 대피 · 교통 차단 · 유관기관 공조 | 가장 급할 때.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
| 119 (소방) | 인명 구조 · 포획 지원 · 부상자 이송 | 이미 다쳤거나 갇혔을 때 |
| 시·군·구청 (환경/산림 부서) | 포획 허가권자. 포획틀 설치, 피해방지단 · 엽사 투입 | 산책로에 흔적만 봤을 때, 반복 출몰 신고 |
중요한 건 이겁니다. 멧돼지를 “잡을” 법적 권한을 가진 곳은 경찰도 소방도 아니고 시장·군수·구청장이에요. 경찰과 소방은 사람을 지키러 오고, 잡는 건 지자체가 허가를 낸 사람이 합니다. 이게 왜 그런지는 다음 항목에 법 조문이 그대로 나옵니다.
💡 신고할 때 이 4개만 말하면 됩니다. ① 정확한 위치(건물명·동 호수·등산로 몇 번 지점) ② 마리 수와 크기(새끼가 같이 있는지가 특히 중요합니다 — 새끼 딸린 개체가 제일 공격적입니다) ③ 지금 뭘 하고 있는지(가만히 있는지, 이동 중인지) ④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위치가 애매하면 그냥 “지금 제 폰 위치로 잡아주세요”라고 하는 게 빠릅니다.
⚖️ 법이 정한 구조 — 멧돼지는 ‘유해야생동물’입니다
근거 법령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입니다. 현행 기준 시행일은 2026년 5월 12일, 소관 부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예요. (예전 환경부입니다. 2025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부처명이 바뀌면서 법 조문 안의 “환경부령”도 전부 “기후에너지환경부령”으로 개정됐습니다. 조문 찾아보다가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핵심은 제23조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제23조(유해야생동물의 포획허가 등)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시행 2026. 5. 12.)
①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하려는 자는 기후에너지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시장·군수·구청장은 (…) 허가를 신청한 자의 요청이 있으면 제44조에 따른 수렵면허를 받고 제51조에 따른 수렵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 포획을 대행하게 할 수 있다.
⑤ (…)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한 자는 (…) 포획 결과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허가는 구청장이 내주고, 총은 수렵면허 + 수렵보험을 갖춘 민간 엽사가 듭니다. 지자체마다 운영하는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이 바로 이 사람들이에요. 포획 후에는 5일 이내에 포획 일시·수량·장소를 적어 결과를 신고해야 하고, 이걸 안 하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입니다. 아무나 총 들고 나가서 잡는 구조가 절대 아니라는 뜻이죠.
제23조 제2항도 저는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허가를 낼 때 “과도한 포획으로 인하여 생태계가 교란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문장이 들어가 있어요. 위험하니까 다 잡아라가 아니라, 피해 상황과 개체 수를 조사해서 딱 필요한 만큼만 허가하라는 겁니다. 법이 사람 안전과 생태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에요.

🚨 그래서 마취인가 사살인가 — 2026년 5월 세종 사례
말로만 보면 감이 안 오니까 최근 실제 사건을 봤습니다. 올해 5월 7일 새벽, 세종시 도심에 멧돼지 3마리가 나타난 사건입니다. 시간대별로 이렇게 흘러갔어요.
| 시각 | 상황 |
|---|---|
| 새벽 1시 32분 | 첫 목격 신고 접수 (고운동) |
| 새벽~오전 | 도심 중심부로 이동, 오전 7시까지 목격 신고 7건 |
| 오전 4시 9분 |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1마리 사살 |
| 이후 | 상가 지하 2층 승강기 주변에서 1마리 추가 사살 |
| 종료 | 1마리는 도심 밖으로 도주 · 인명피해 없음 · 상가 자동문 일부 파손 |
보시다시피 마취가 아니라 사살이었습니다. 상가 지하 2층 승강기 앞까지 들어갔다는 대목에서 좀 소름이 돋았는데, 그 시간에 누가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세종시는 주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보내면서 “멧돼지는 돌발 행동이 잦아 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왜 마취총을 안 썼나”에 대한 공식 설명은 이 사건 발표에서는 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추측을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요즘도 도심 한복판에 들어온 멧돼지는 상황에 따라 사살로 종결된다는 것. “요즘은 웬만하면 안 죽인다”는 제 전제가 틀렸다는 건 이 사례 하나로 확인이 됐습니다.
🔫 경찰 저위험권총으로 멧돼지를 막을 수 있나
이게 제가 제일 헷갈렸던 부분입니다. 요즘 경찰이 저위험권총을 지급받는다는 뉴스를 봤거든요. 그럼 지구대 직원이 멧돼지 신고 받고 출동하면 그걸로 어떻게든 되는 거 아닌가? 스펙을 찾아보고 바로 접었습니다.
| 항목 | 내용 |
|---|---|
| 기종 | STRV9 (국내 개발 9mm 리볼버) |
| 탄약 | 플라스틱탄 중심 (공포탄·9mm 보통탄도 사용 가능) |
| 살상력 | 보통탄의 약 10분의 1 수준 |
| 위력 설명 | 살 속에 5~10cm 박히는 정도, 뼈를 부러뜨리기는 어려운 수준 |
| 무게·반동 | 기존 권총 대비 무게 약 25% 감소, 반동 30% 수준 |
| 배치 | 지구대·파출소 순찰 인력에 2만 9천 정 우선 지급 후 단계적 확대 |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저위험권총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고 일부러 위력을 낮춘 대인용 장비예요. 뼈도 못 부러뜨리는 위력으로 100kg 넘어가는 성체 멧돼지를 막는다는 건 애초에 설계 목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도심 멧돼지 상황에서 경찰의 역할은 “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우고 길을 막고 엽사가 안전하게 작업할 판을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까 법 조문에서 본 구조랑 정확히 맞아떨어지죠.
📊 숫자로 보는 도심 멧돼지 — 서울 데이터
체감이 아니라 숫자로 보면 어느 정도인지도 찾아봤습니다. 도심 출몰 데이터가 가장 잘 정리된 곳이 서울이라 서울 기준입니다.
| 지표 | 수치 | 기간 |
|---|---|---|
| 서울 도심 출몰 신고 | 멧돼지 1,479건 / 너구리 2,656건 | 2022~2024년 누적 |
| 포획틀 | 184개 설치 | 현재까지 누적 |
| 차단 울타리 | 총 18.8km | 현재까지 누적 |
| 북한산 인근 서식 밀도 | 2.1마리/㎢ → 1.6마리/㎢ | 2022년 → 2024년 |
| 소방 출동 | 589건 → 494건 (-16%) | 2024년 → 2025년 |
3년간 서울에서만 신고가 1,479건. 대충 이틀에 한 번 이상은 어딘가에서 “멧돼지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관리의 효과도 숫자로 보입니다. 포획틀과 울타리를 늘리면서 북한산 인근 밀도가 2.1에서 1.6마리/㎢로 떨어졌고, 소방 출동도 1년 만에 16% 줄었어요. 그런데도 지난달 마포 아파트 단지와 대학 캠퍼스에서 목격 신고가 나왔습니다. 줄고는 있지만 없어지진 않는다는 거죠.
참고로 국립생물자원관은 2023년부터 무인기·무인 카메라로 도심 출몰 멧돼지와 너구리의 이동 경로를 조사해서 서울·인천 도심 출몰 지도를 구축했습니다. 포획틀을 감으로 놓는 게 아니라 예측 지도를 보고 놓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 실제로 마주쳤을 때 —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여기가 제일 실전입니다. 공식 안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걸 정리하면, 본능적으로 하고 싶은 행동이 전부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에요.
| 하면 안 되는 것 | 해야 하는 것 | 이유 |
|---|---|---|
| ❌ 뛴다 | ⭕ 그 자리에 멈춘다 | 뛰면 추격 본능을 자극합니다 |
| ❌ 등을 보이고 돌아선다 | ⭕ 몸은 정면을 유지한다 | 등을 보이는 순간 겁먹은 상태로 인식됩니다 |
| ❌ 소리를 지른다 | ⭕ 침착하게 조용히 | 위협으로 받아들여 돌진할 수 있습니다 |
| ❌ 사진 찍는다 / 다가간다 | ⭕ 은폐물 뒤로 이동 | 나무·바위·차량 뒤로 몸을 피합니다 |
| ❌ 먹이를 준다 | ⭕ 음식물은 즉시 치운다 | 학습된 개체는 계속 내려옵니다 |
세부적으로는 두 가지 상황으로 나뉩니다. 서로를 이미 봤을 때는 움직이지 않은 채 멧돼지 쪽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은폐물 쪽으로 이동합니다. 멧돼지가 아직 나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나면 됩니다. 그리고 안전한 곳까지 갔으면 그때 112나 119, 또는 지자체에 신고합니다. 신고는 대피 다음이에요.
집이나 건물 안에 있는데 밖에 멧돼지가 있다면? 절대 나가지 말고 문을 닫은 채로 신고합니다. 세종 사례에서 파손된 게 상가 자동문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유리문 하나 믿고 구경할 일이 아닙니다.
✅ 이건 해두자 / ❌ 이건 하지 말자
✅ 추천
- 야산 끼고 사는 동네라면 지자체 환경·산림 부서 번호를 미리 저장해두기 (반복 출몰은 112보다 여기가 실질적입니다)
- 새벽·야간 산책 코스에 등산로 진입부가 포함돼 있다면 랜턴은 필수. 멧돼지는 야행성 활동이 많습니다
- 재난안전문자 수신 차단해뒀다면 풀어두기 — 세종 사례에서도 시가 문자로 알렸습니다
- 텃밭·화단에 음식물 쓰레기나 잔반을 두지 않기
❌ 비추천
- 사진·영상 찍겠다고 접근하기 (제일 많이 하는 실수입니다)
- 반려견 데리고 접근하기 — 개가 짖는 순간 상황이 바뀝니다
- “마취해서 돌려보내겠지” 생각하고 안심하기 — 도심에서는 사살로 끝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 내가 직접 쫓아내려고 시도하기. 포획은 허가받은 사람만 할 수 있고, 무허가 포획은 법 위반입니다
마무리 — 결국 제 질문의 답
“요즘도 사살하냐”로 시작한 질문의 답은 “한다, 다만 결정하는 건 경찰이 아니다”였습니다. 신고를 받으면 경찰과 소방이 먼저 와서 사람을 지키고, 잡는 건 지자체 허가를 받은 엽사가 합니다. 법은 과도한 포획을 막으라고까지 써놨지만, 상가 지하까지 들어온 개체 앞에서는 결국 사살이라는 선택지가 남습니다. 마취총으로 곱게 재워 산으로 돌려보내는 그림은, 적어도 도심 한복판에서는 기본값이 아니었어요.
저는 얼마 전 밤 8시에 동네 뒷산에 야경 보러 올라갔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는 솔직히 이런 생각 자체를 안 했습니다. 이번에 찾아보고 나서는 최소한 “뛰지 말고, 등 돌리지 말고, 소리 지르지 말 것” 이 세 개는 머리에 넣고 다니게 됐네요. 산 끼고 사는 분들은 이 세 줄만이라도 가져가시면 됩니다.
제도 관련 글은 계속 이어갑니다. 다음 편은 실제로 재난안전문자가 어떤 기준으로 발송되는지 — 어떤 건 오고 어떤 건 안 오는지, 그 기준을 파볼 생각입니다. 그전에 제도 글이 궁금하시면 암표 처벌 강화 정리 글도 같이 보세요.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법제처) —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및 처리
· 서울시·국립생물자원관 도심 멧돼지 관리 현황 발표(2026. 5.), 세종시 재난안전 안내(2026. 5. 7.), 경찰청 저위험권총 도입 자료
· 본문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개념 일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