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안 들고 나온 날, 폰에 깔아둔 신분증 하나로 하루를 버틴 적 있습니다.”
이달 초에 병원 예약 문자를 받고 모바일 신분증을 폰에 세팅했습니다. 병원에서 본인확인이 의무화되면서 등본은 사진이 없어 인정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김에 모바일 건강보험증이랑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한 번에 깔았거든요. 그 뒤로는 솔직히 실물 지갑을 잘 안 들고 나갑니다. 편의점에서도, 병원에서도 폰만 꺼내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게 2026년 8월 28일부터 법적으로 한 단계 정리됩니다. 지금까지는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도로교통법” 이렇게 신분증마다 근거가 흩어져 있었는데, 전자정부법에 모바일신분증 조문이 통째로 신설되면서 일반 근거와 처벌이 한군데로 모입니다. 그리고 이번 개정의 진짜 핵심은 발급이 아니라 처벌 조항입니다.

📱 8월 28일, 모바일 신분증이 전자정부법에 들어옵니다
근거는 전자정부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394호, 2026년 2월 27일 공포)이고, 시행일은 2026년 8월 28일입니다. 신설되는 조문이 제10조의2(모바일신분증의 발급 등)인데, 조문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① 행정기관등의 장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신분증에 대하여 해당 신분증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모바일신분증(「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제20호에 따른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암호화된 형태로 설치된 신분증을 말한다)을 발급할 수 있다.
1. 국회·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 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신분증
2. 중앙행정기관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분증
포인트가 두 개입니다. 하나는 “동일한 효력”이라는 문구가 법률 본문에 박혔다는 것. 폰 화면을 보여주는 게 실물 카드를 내미는 것과 같은 효력이라는 걸 개별법이 아니라 전자정부법이 일반적으로 선언합니다. 다른 하나는 “암호화된 형태로 설치된”이라는 정의입니다. 앱 안에서 암호화돼 돌아가는 그 화면이 모바일신분증이지, 그 화면을 캡처한 사진은 모바일신분증이 아닙니다. 이 정의가 뒤에 나올 처벌 조항의 출발점이 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행정기관등의 장에게 발급·이용·폐기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 조치 의무를 지우고, 제3항은 중앙사무관장기관의 장이 공통 운영기반을 구축·운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처럼 부처마다 앱이 따로 노는 구조를 하나로 묶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세부 사항은 제4항에 따라 대통령령과 각 기관 규칙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어떤 신분증까지 모바일로 나오는가”는 아직 대통령령이 나와야 확정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8월 16일)에는 해당 시행령 개정분이 확인되지 않아, 대상 신분증 목록은 확정된 것처럼 쓰지 않겠습니다.
🗂 지금까지는 신분증마다 법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이 왜 필요했는지는 현행법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바로 보입니다. 이미 굴러가고 있는 모바일 신분증들은 각자 자기 법에 근거가 있었고, 처벌 수위도 제각각이었습니다.
| 종류 | 발급 근거 | 남의 것 부정사용 시 |
|---|---|---|
| 모바일 주민등록증 | 주민등록법 제24조의2 | 제37조제1항 제8호·제8의2호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이미지 파일·복사본까지 명시) |
| 모바일 운전면허증 | 도로교통법 제85조의2 | 제92조제3항 위반 → 제150조 제3의3호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 그 밖의 행정기관 신분증 | 일반 근거 없음 → 전자정부법 제10조의2 신설 | 제76조제3항 신설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표를 보면 재미있는 게, 같은 “남의 신분증 도용”인데 주민등록증이면 3년, 운전면허증이면 2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등록법은 2023년 개정 때 “이미지 파일 또는 복사본”까지 조문에 넣어뒀는데, 도로교통법은 그냥 “다른 사람 명의의 모바일운전면허증을 부정하게 사용”까지만 있습니다. 신분증마다 방어선이 다른 상태였던 거죠. 여기에 공무원증처럼 개별법에 모바일 조문이 없던 신분증은 아예 근거도 처벌도 비어 있었습니다.
⚖️ 진짜 바뀌는 건 처벌입니다 — 제76조제3항
전자정부법 제76조제3항은 원래 행정정보 누설·무단처리 같은 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던 조항입니다. 여기에 모바일신분증 관련 호가 네 개나 한꺼번에 끼어들어갑니다. 조문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호 | 처벌되는 행위 |
|---|---|
| 제1호 | 다른 사람의 모바일신분증이나 그 이미지 파일 또는 복사본(“모바일신분증등”)을 부정하게 사용한 자 |
| 제1의2호 | 모바일신분증등을 변조하거나 변조된 모바일신분증등을 행사한 자 |
| 제1의3호 | 모바일신분증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도록 이미지 파일, 전자문서 또는 복사본 등을 위조하거나 위조된 것을 행사한 자 |
| 제1의4호 | 부정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모바일신분증등이나 위조·변조된 것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자, 또는 이를 알선한 자 |
제1의3호가 특히 눈에 띕니다. 진짜 신분증을 건드리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그럴듯한 가짜 화면”을 만드는 것까지 잡겠다는 조항이거든요. 요즘 스마트폰 목업 이미지 만들기가 얼마나 쉬운지 생각하면 필요한 조항입니다. 그리고 제1의4호는 만든 사람뿐 아니라 넘긴 사람, 받은 사람, 중간에서 이어준 사람까지 같은 형량으로 묶습니다. 유통 단계를 통으로 자르는 구조예요.

✅ 그래서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나
- ✅ 내 폰에 설치된 내 모바일 신분증을 앱에서 열어 제시 — 실물과 동일한 효력(전자정부법 §10조의2①)
- ✅ 주민등록확인서비스·운전면허확인서비스로 확인받기 — 주민등록법 §25③, 도로교통법 §85조의2④에 따라 신분증으로 확인한 것으로 봅니다
- ❌ 친구 모바일 신분증 캡처를 받아서 내 것처럼 제시 — §76③1호(부정사용)
- ❌ 캡처를 편집해 생년월일이나 이름을 손보기 — §76③1의2호(변조·행사)
- ❌ 실제 앱 화면처럼 보이는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주기 — §76③1의3호(위조·행사)
- ❌ 그런 이미지를 팔거나 넘기거나 중개하기 — §76③1의4호(제공·제공받음·알선)
여기서 헷갈릴 만한 지점 하나만 짚겠습니다. “내 모바일 신분증을 내가 캡처해서 보여주는 것”은 위 조항들이 잡는 행위가 아닙니다. 남의 것도 아니고, 위조·변조도 아니니까요. 다만 그렇다고 그게 신분증 제시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이 정의한 모바일신분증은 “암호화된 형태로 설치된” 것이고, 캡처는 그냥 사진 파일이에요. 확인하는 쪽에서 안 받아줘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캡처 습관은 그냥 버리는 게 맞습니다.
💡 폰 잃어버렸을 때 팁 —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 제24조의2제2항에 따라 재발급을 신청할 수 있고, 같은 항 단서에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유에 해당하면 재발급을 신청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3항이 발급·재발급 수수료를 징수하지 못한다고 못 박아 놨습니다. 조세나 다른 명목의 공과금도 안 됩니다. 폰 바꿨다고 돈 내라는 곳이 있으면 이 조항을 보여주면 됩니다.
📌 한 장 요약
| 법률 | 전자정부법 일부개정법률 (법률 제21394호) |
| 공포일 | 2026년 2월 27일 |
| 시행일 | 2026년 8월 28일 |
| 신설 조문 | 제10조의2(모바일신분증의 발급 등), 제76조제3항 제1호~제1의4호 |
| 핵심 | 실물과 동일한 효력 명문화 + 공통 운영기반 근거 + 도용·위조·변조·유통 처벌 |
| 형량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 아직 미정 | 대상 신분증 목록(대통령령·각 기관 규칙 위임) |
정리하면, 8월 28일 이후로도 내가 쓰던 방식은 그대로입니다. 앱 열고 화면 보여주면 끝이에요. 바뀌는 건 그 화면을 흉내 내거나 남의 걸 돌려 쓰는 쪽의 리스크입니다. 성인 인증 같은 데서 “형 거 캡처해서 쓰면 되잖아” 하는 이야기가 아직도 돌아다니는데, 그게 이제 3년 이하 징역이 달린 조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별생각 없이 했다가 크게 물릴 수 있는 영역이라 미리 알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모바일 신분증을 아직 안 깔았다면, 병원 본인확인 의무화 때 제가 직접 세팅하면서 정리한 글이 있습니다 — 병원 신분증 의무화, 등본은 왜 안 되나 — 모바일 건강보험증 3분 세팅과 14일 환급 규정. 조문 원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으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전자정부법을 열면 됩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 전자정부법). 시행일이 8월 28일이라 지금 검색하면 현행본과 시행예정본이 따로 뜨니, 시행예정본 쪽을 봐야 위 조문이 나옵니다.
다음 편 예고 — 같은 8월 28일에 조용히 시행되는 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예비군 훈련 갔다고 회사에서 불이익을 줬을 때, 이제 국방부에 신고할 수 있는 절차가 생깁니다. 제 첫 동원훈련 경험을 곁들여서 다음 글에서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