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보상 청구 3년 기한·하루 41만원 계산법 — 선고와 확정 차이

“확정이라는 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이 됐다면서, 상위 기관이 어딨는데?”

법 공부하다가 형사보상에서 30분 붙잡혀 있던 저

요즘 시험 준비 때문에 법전을 붙잡고 사는데, 형사보상 청구 파트에서 유난히 오래 막혔습니다. 무죄 받은 사람이 국가한테 구금당한 값을 받아내는 제도인데, 기간이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이라는 겁니다. 저는 여기서 계속 헷갈렸어요. 확정이면 대법원까지 다 끝난 거 아닌가? 근데 불복을 또 한다고? 위에 뭐가 더 있다는 거지?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재판 두 개를 하나로 합쳐서 보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이거 풀고 나니까 조문이 한 줄로 꿰지더라고요. 그리고 공부하다 보니 이게 시험용 지식으로만 두기 아까운 제도였습니다. 실제로 매년 3천 건 가까이 지급되고, 액수가 수백억 원대인데 정작 “무죄 받으면 나라가 알아서 주는 줄” 아는 사람이 많거든요. 아닙니다. 청구 안 하면 1원도 안 나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정리해봤습니다.

형사보상 청구 제도를 상징하는 열린 구치소 문과 달력, 동전 일러스트
형사보상 청구 — 국가가 잘못 가둔 값을 무는 제도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 형사보상 청구란 무엇인가 — 헌법이 직접 적어둔 권리

먼저 놀란 게, 이게 법률에만 있는 제도가 아니라 헌법에 직접 박혀 있는 권리라는 점이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28조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헌법 조항을 구체화한 게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입니다. 핵심 구조는 단순합니다. 재판 결과 무죄인데 그 전에 갇혀 있었다면, 갇힌 날수만큼 국가가 돈으로 갚는다(§2①). 재심이나 비상상고로 뒤늦게 무죄가 난 경우도 포함되고, 그때는 이미 복역한 형 집행분까지 보상 대상입니다(§2②).

여기서 제가 처음에 헷갈린 게 ‘배상’과 ‘보상’의 차이였습니다. 배상은 국가가 잘못했을 때 무는 값이고, 보상은 잘못이 없어도 특별한 희생을 시켰으니 무는 값입니다. 형사보상은 후자예요. 수사기관이 고의로 조작했는지 따지지 않습니다. 절차는 적법했는데 결과가 무죄면, 그 사람은 어쨌든 억울하게 갇혀 있었으니 값을 준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경찰·검찰이 잘못한 걸 입증해야 받는 것 아니냐”는 건 오해입니다. 입증 안 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게 국가배상(손해배상)과 별개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형사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손해배상 소송을 못 하는 게 아니에요(§6①). 다만 같은 원인으로 이중으로 받지는 못하게, 배상액이 보상금보다 많거나 같으면 보상은 안 하고, 적으면 그 차액만 보상합니다(§6②).


💰 하루에 얼마나 받나 — 2026년 기준 8만 2,560원 ~ 41만 2,800원

제일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조문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형사보상법 제5조① 구금일수에 따라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 최저임금액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의 비율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보상금의 한도는 1일당 그 해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로 한다.

하한은 일급 최저임금, 상한은 그 5배이고 그 사이에서 법원이 정합니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10,320원(고용노동부 고시 제2025-47호, 2026.1.1.~12.31. 적용)이니까 하루 8시간 기준 일급은 82,560원입니다. 그러면 계산이 이렇게 나옵니다.

구분1일당30일 구금 시90일 구금 시
하한 (일급 최저임금)82,560원247만 6,800원743만 400원
상한 (5배)412,800원1,238만 4,000원3,715만 2,000원
2026년 최저임금 시급 10,320원 × 8시간 기준으로 직접 계산한 값입니다

기준 연도가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라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오래된 사건이 재심으로 뒤집힌 경우, 지금 최저임금이 아니라 그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이 기준이 되는 구조입니다.

하한과 상한 사이 어디에 찍을지는 법원이 구금 기간의 장단, 구금 중 입은 재산상 손실과 얻지 못한 이익, 정신적 고통과 신체 손상, 경찰·검찰·법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무죄의 실질적 이유 등을 종합해서 정합니다(§5②). 수사기관 과실이 크면 상한 쪽으로 붙는다는 뜻입니다.

구금 말고도 보상 대상이 더 있습니다. 이미 낸 벌금·과료는 원금에 징수 다음 날부터 보상결정일까지 법정이율을 더해서 돌려받고(§5④), 추징금도 같은 방식입니다(§5⑦). 몰수된 물건은 반환하되 이미 처분됐으면 보상결정 시 시가로 갚습니다(§5⑥). 그리고 사형이 집행된 경우에는 구금 보상금에 더해 3천만 원 이내에서 법원이 정하는 금액을 가산합니다(§5③). 조문을 읽다가 이 항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쓰일 일이 있었으니까 조문이 있는 거겠죠.


⏰ 형사보상 청구 기간 — “3년·5년”,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돕니다

형사보상 청구 기간의 두 시계 — 안 날부터 3년과 확정된 때부터 5년
형사보상 청구 기간은 시계가 두 개 — 먼저 멈추는 쪽이 마감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제가 제일 오래 붙잡혔던 부분입니다.

형사보상법 제8조 보상청구는 무죄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

시계가 두 개 돕니다. 주관적 시계는 확정 소식을 내가 안 날부터 3년, 객관적 시계는 확정된 그날부터 5년. 둘 중 먼저 끝나는 쪽이 마감입니다. 확정 사실을 바로 알았다면 사실상 3년짜리 시계로 끝나는 거고, 수감 중이라 소식을 늦게 들었다면 주관적 시계가 늦게 출발하는 대신 객관적 5년 시계가 먼저 닫힙니다. 기간을 넘기면 법원은 내용을 보지도 않고 각하합니다(§16 3호). 끝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함정. 기준이 ‘선고’가 아니라 ‘확정’입니다. 저도 문제에서 이걸 두 번 틀렸어요. 무죄 ‘선고’는 판사가 법정에서 선언한 날일 뿐이고, 검사가 항소하면 재판은 계속됩니다. ‘확정’은 아무도 더 이상 불복할 수 없게 된 날이에요. 국가가 “잘못 가뒀네요” 하고 계산서를 받는 건 뒤집힐 가능성이 0이 된 그 날부터입니다. 안내문이나 지문에 “선고된 날부터”라고 적혀 있으면 그건 틀린 겁니다.


📄 어디에, 어떻게 내는가 — 무죄 판결한 그 법원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1. 관할무죄재판을 한 법원에 냅니다(§7).
  2. 서류 — 보상청구서 + 재판서 등본 + 재판 확정증명서(§9①). 청구서에는 등록기준지·주소·성명·생년월일과 청구 원인이 된 사실, 청구액을 적습니다(§9②).
  3. 심리 — 법원 합의부가 재판하고, 검사와 청구인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합니다(§14①②). 보상청구를 받은 법원은 6개월 이내에 보상결정을 해야 합니다(§14③).
  4. 지급 청구 — 보상결정을 받았다고 돈이 자동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정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보상금 지급청구서를 따로 내야 합니다(§21①). 법원 보상결정서를 첨부해야 하고요.
  5. 지급 — 검찰청은 3개월 이내에 지급해야 하고, 늦으면 그 다음 날부터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붙여줍니다(§21의2).

4번이 진짜 함정입니다. 보상결정이 송달된 후 2년 이내에 지급청구를 하지 않으면 권리를 상실합니다(§21③). 법원이 “얼마 주겠다”고 결정해놓고도, 검찰청에 청구서를 안 내면 2년 뒤에 그냥 날아간다는 뜻이에요. 참고로 보상청구권과 보상금 지급청구권은 양도하거나 압류할 수 없습니다(§23).

필요한 재판서 등본·확정증명서는 사건 기록이 있는 법원에서 발급받습니다. 정부24에서 떼는 등본류와는 발급처가 다르니 헷갈리지 마세요. 정부 서류 수수료와 발급 경로가 궁금하다면 정부24 서류 발급, 인터넷은 왜 무료인가 글에 정리해뒀습니다.

한줄평: 청구서 한 장 안 내서 수천만 원을 놓치는 구조 —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게 절반입니다.


⚖️ 결정이 마음에 안 들면 — 즉시항고 7일

제가 “확정됐다면서 뭘 또 불복하냐”고 막혔던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답은 재판이 두 개라는 것이었어요.

경기 1 — 형사재판(유무죄 다툼). 대법원까지 가서, 또는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서 확정. 이건 아무도 못 건드립니다.
경기 2 — 형사보상 절차(돈 계산). 무죄 확정 이후에 새로 여는 별도 절차. 여기서 법원이 내리는 ‘보상결정’은 새로운 결정이라, 이건 위 법원에 다툴 수 있습니다.

즉시항고가 두드리는 문은 옛날 무죄판결이 아니라 이 새 보상결정입니다. 조문상 보상결정에 대해서는 1주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고, 청구기각 결정에 대해서도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20). 즉시항고 제기기간은 형사소송법상 7일이고(형사소송법 §405), 항고장은 원심법원에 제출합니다(형사소송법 §406). 서류는 결정을 내린 법원에 내고, 심사는 위 법원이 하는 구조예요.

참고로 보상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은 2주일 내에 결정 요지를 관보에 게재해야 하고, 본인이 신청하면 본인이 고른 일간신문 두 종류 이상에 각 1회씩 공시해줍니다(§25①).


🙋 무죄판결이 아니어도 받는 경우 — 피의자보상

이건 저도 몰랐던 부분입니다. 재판까지 안 가고 수사 단계에서 끝난 사람도 보상 대상입니다.

피의자로 구금됐던 사람이 검사로부터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송치결정을 받으면, 그 구금에 대해 피의자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27①). 이건 법원이 아니라 지방검찰청에 설치된 피의자보상심의회가 심의·결정합니다(§27③).

  • 청구처: 불기소처분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불송치결정이면 그 경찰관서에 대응하는 지방검찰청)의 심의회(§28①)
  • 기간: 불기소처분 또는 불송치결정을 고지·통지받은 날부터 3년 이내(§28③)
  • 불복: 심의회 결정에는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28④) — 법원 결정이 아니라 행정기관 결정이라 다투는 라인이 다릅니다
  • 지급청구 시한: 보상결정 송달 후 2년(§28⑤)

다만 구금된 이후에 불기소·불송치 사유가 생긴 경우, 그 처분이 종국적이지 않은 경우, 형사소송법 §247(기소편의주의)에 따른 경우는 제외됩니다(§27① 단서). 그 밖에 면소·공소기각 재판을 받았지만 그런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를 받았을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치료감호 청구가 기각된 경우,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재심에서 원판결보다 가벼운 형이 확정돼 초과 집행된 경우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26①).


❌ 무죄인데도 못 받을 수 있는 경우

무죄면 무조건 나오는 건 아닙니다. 법원이 재량으로 전부 또는 일부를 기각할 수 있는 경우가 세 가지 있습니다(§4).

  • 형법 §9(형사미성년자)·§10①(심신상실) 사유로 무죄가 난 경우 — 행위는 있었으나 책임이 없어 무죄인 경우
  • 본인이 수사·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 증거를 만들어 기소·구금·유죄재판을 받게 된 경우 — 스스로 자초한 경우
  • 하나의 재판에서 경합범 일부는 무죄, 다른 부분은 유죄인 경우

“재량으로 기각할 수 있다”는 표현이라 반드시 기각되는 건 아니고, 법원이 사정을 봐서 정합니다.

💡 알아두면 좋은 팁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이 청구하지 않고 사망했다면 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3①). 또 사망한 사람에 대해 재심·비상상고로 무죄가 났다면 사망한 때에 무죄재판이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3②). 오래된 재심 사건에서 유족이 청구하는 길을 열어둔 조항입니다. 같은 순위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그중 1명의 청구가 전원을 위한 청구로 간주됩니다(§11①).


📰 돈보다 이름 — 무죄재판서 게재 청구

법 이름이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돈과 별개로 이름을 되찾는 절차가 붙어 있어요.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피고인은 확정된 때부터 3년 이내에, 그 사건을 기소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에 무죄재판서를 법무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30). 청구를 받으면 1개월 이내에 게재해야 하고(§32①), 게재 기간은 1년입니다(§32④). 필요하면 재판서 일부를 삭제하고 게재할 수도 있습니다(§32②).

기소 소식은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고 무죄 소식은 한 줄도 안 나가는 게 현실이니까, 국가가 판 기록을 국가 홈페이지에 올려두게 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보상 청구 기간(3년/5년)과 게재 청구 기간(확정 후 3년)은 별개이니 둘 다 챙겨야 합니다.


📊 실제로 얼마나 지급되고 있나

드문 제도일 것 같지만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검찰통계시스템 기준으로 e-나라지표에 공표된 수치입니다.

연도지급 건수지급액
2022년2,983건약 423억 원
2023년2,956건약 569억 원
출처: e-나라지표 형사보상금 지급 현황(검찰통계시스템) — 형사보상 청구가 결코 드문 절차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건수는 비슷한데 금액이 1년 만에 140억 원 넘게 늘었습니다. 과거사 재심 무죄 사건이 늘면 구금 기간이 수년 단위라 건당 액수가 확 뛰기 때문입니다. 하루 41만 원이라도 1년을 갇혀 있었으면 1억이 넘어가니까요.


✅ 형사보상 청구, 이럴 때 확인하세요

  • 구금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경우 — 하루라도 유치장·구치소에 있었다면 대상
  • 구금됐다가 불기소처분·불송치결정을 받은 경우 — 재판 안 갔어도 피의자보상 대상
  • 재심으로 뒤늦게 무죄가 난 경우 — 본인 사망 시 상속인도 청구 가능
  • 벌금·과료·추징금을 냈다가 무죄가 된 경우 — 이자까지 붙여 반환
  • 구금된 적 없이 불구속으로만 재판받은 경우 — 구금이 요건이라 대상 아님
  • 종국적이지 않은 불기소처분 — 피의자보상 제외
  • 3년/5년을 넘긴 청구 — 내용 심리 없이 각하

정리하면 이 제도의 핵심은 딱 두 문장입니다. 기산점은 ‘선고’가 아니라 ‘확정’이고, 법원 보상결정 후에도 검찰청에 지급청구를 따로 해야 돈이 나온다는 것. 이 두 개만 알아도 놓칠 일은 없습니다.

솔직히 저도 시험 준비 안 했으면 평생 몰랐을 제도입니다. 그리고 이런 걸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우리나라 제도는 대체로 “신청주의”예요. 자격이 있어도 내가 손을 들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앞서 정리했던 청년 지원 제도나 교통비 환급도 전부 그랬고, 이것도 똑같았습니다.

공식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절차 안내는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형사보상제도 페이지가 가장 깔끔합니다. 2026년 최저임금 고시는 고용노동부 발표자료에서 확인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형사보상이 국가가 잘못 가둔 사람에게 주는 돈이라면, 반대편에는 범죄 피해를 입었는데 가해자한테 한 푼도 못 받는 사람을 위한 창구가 따로 있습니다. 범죄피해구조금이라는 제도인데, 여기는 기간부터 형사보상과 다릅니다. 그리고 재산 피해는 아예 접수가 안 됩니다. 왜 생명·신체만 받아주는지, 얼마를 어디에 신청하는지 다음 편에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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