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 호칭번호 읽는 법 — 6308ZZC3 다섯 가지 정보

“6203ZZ 하나 주세요.” 공구상에서 이 여섯 글자만 말하면 정확히 그 부품이 나옵니다. 제조사가 달라도요. 이게 가능한 이유가 베어링 호칭번호라는 약속 때문입니다.

베어링 호칭번호는 외우는 게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 숫자 네 자리에 형식·크기·폭이 다 들어 있고, 뒤에 붙는 알파벳에 실드·클리어런스·정밀도가 들어 있어요. 학부 때 기계요소 시간에 대충 넘겼다가 나중에 정비 현장 사진을 볼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부분이라, 이번에 한국NSK 「베어링 핸드북(기초편)」(2008.10) 원문을 놓고 처음부터 정리했습니다. 아래 숫자와 기호는 전부 이 핸드북 지면에서 확인한 것만 적었고, PDF 레이아웃이 뭉개져 대조가 안 된 항목은 그냥 뺐습니다.

베어링 호칭번호를 설명하기 위한 깊은 홈 볼 베어링 단면 일러스트
외륜·내륜·볼·리테이너 — 베어링 호칭번호는 이 구조를 숫자로 압축한 것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 베어링 호칭번호의 구조 — 기본번호 + 보조기호

핸드북의 정의부터 옮기면, 구름 베어링의 호칭번호는 “베어링의 형식, 주요 치수, 치수/회전 정도, 내부 클리어런스, 그 외의 사양을 표시하는 명칭”이고 기본번호와 보조기호로 구성됩니다. 기본번호는 다시 다섯 칸으로 쪼개집니다.

  1. 베어링 형식 기호 — 볼이냐 롤러냐, 몇 열이냐
  2. 폭(높이) 계열 기호 — 같은 내경·외경에서 폭을 결정 (생략되는 경우가 많음)
  3. 직경 계열 기호 — 같은 내경에서 외경을 결정
  4. 내경 번호 — 안지름(mm)
  5. 접촉각 기호 — 앵귤러·테이퍼처럼 접촉각이 있는 형식만

여기서 ②+③을 묶어 치수계열 기호, ①+②+③을 묶어 베어링 계열 기호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핸드북이 강조하는 핵심이 하나 있는데, ②③④가 정해지면 주요 치수(내경·외경·폭)가 자동으로 확정되도록 ISO 규격이 규정돼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호칭번호만으로 제조사를 건너뛴 호환이 됩니다. 주요 치수 자체는 국제규격 ISO 15, JIS B 1512(구름 베어링의 주요치수)에 규정돼 있고요.

1️⃣ 첫 자리 — 베어링 형식 기호

기호구름 베어링 형식
1자동조심 볼 베어링
2자동조심 롤러 베어링 / 스러스트 자동조심 롤러 베어링
3테이퍼 롤러 베어링
4복열 깊은 홈 볼 베어링
5복열 앵귤러 볼 베어링 / 스러스트 볼 베어링
6단열 깊은 홈 볼 베어링 (가장 흔한 그것)
7단열 앵귤러 볼 베어링
N단열 원통 롤러 베어링
NN복열 원통 롤러 베어링
NA니들 롤러 베어링
베어링 형식 기호 — 한국NSK 「베어링 핸드북(기초편)」 표준 베어링 기본번호 구성표

원통 롤러 베어링은 숫자가 아니라 N·NN 뒤에 붙는 알파벳으로 턱(리브) 구조를 구별합니다. 이게 시험에서도 실무에서도 자주 헷갈리는 부분이라 그대로 옮겨둡니다.

  • NU, NNU — 외륜 양 턱 붙이, 내륜 턱 없음
  • N, NN — 내륜 양 턱 붙이, 외륜 턱 없음
  • NJ — 외륜 양 턱 붙이, 내륜 한쪽 턱
  • NF — 내륜 양 턱 붙이, 외륜 한쪽 턱

턱이 있어야 축방향 하중을 받습니다. NU처럼 내륜에 턱이 없으면 축방향으로는 사실상 자유롭게 미끄러지고, 그래서 열팽창으로 축이 늘어나는 쪽(자유단)에 씁니다. 반대로 NJ·NF는 한 방향 축하중을 받아줍니다. 기호 하나가 곧 설계 의도예요.


4️⃣ 뒤 두 자리 — 내경 번호가 진짜 핵심입니다

JIS B 1513(구름 베어링의 호칭 치수)에는 내경 ø0.6~2500mm까지의 내경 번호가 규정돼 있습니다. 규칙이 구간마다 다른 게 함정이에요.

내경 번호1~90001020304~96/500~
내경 치수(mm)1~91012151720~480500~
내경 번호와 내경 치수 — 04~96은 번호×5, 500mm 이상은 “/내경치수”

정리하면 00·01·02·03은 그냥 외우는 예외(10·12·15·17mm)이고, 04부터는 번호×5가 내경입니다. 04=20mm, 08=40mm, 20=100mm, 96=480mm. 500mm 이상은 슬래시를 붙여 “/500″처럼 내경 치수를 그대로 씁니다. 그래서 6204는 내경 20mm, 6208은 40mm입니다. 자전거 허브나 모터에 흔한 6203은 내경 17mm짜리고요.

2️⃣3️⃣ 가운데 자리 — 직경 계열과 폭 계열

같은 내경이어도 외경과 폭은 여러 단계가 준비돼 있습니다. 핸드북 표현대로 기준이 되는 순서는 내경 → 외경 → 폭이에요.

  • 직경 계열 — 동일 내경에 대해 서로 다른 외경이 단계적으로 준비된 것. 이 외경을 결정하는 한 자리 숫자.
  • 폭(높이) 계열 — 동일 내경·외경에 대해 서로 다른 폭이 단계적으로 준비된 것.
  • 치수 계열 — 폭 계열 + 직경 계열을 순서대로 붙인 두 자리 숫자.

6203과 6303은 둘 다 내경 17mm인데 외경·폭이 다릅니다. 앞자리 2와 3이 직경 계열이고, 숫자가 커질수록 단면이 굵어져 하중을 더 받습니다(핸드북 표에서 직경 계열 1이 小, 4가 大 쪽입니다). 축 지름만 맞다고 아무거나 끼우면 하우징 보어가 안 맞는 이유가 이겁니다. 폭 계열은 흔한 볼 베어링에서 0이라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는 네 자리처럼 보이는 거예요.

축 양쪽에 베어링이 조립된 단면 도면, 베어링 호칭번호 선정의 기준
한 축에 두 개 — 고정단·자유단 조합에서 형식 기호가 갈립니다 (AI 생성 이미지)

🔤 뒤에 붙는 알파벳 — 보조기호 읽기

기본번호 뒤는 전부 사양 옵션입니다. 자주 보는 것만 추렸습니다.

구분기호의미
씰·실드Z한쪽 강판 실드 붙이
ZZ양쪽 강판 실드 붙이
DU한쪽 접촉 고무 씰
DD양쪽 접촉 고무 씰
V한쪽 비접촉 고무 씰
VV양쪽 비접촉 고무 씰
궤도륜 형상K내륜 내경 테이퍼, 기준 테이퍼 1/12
K30내륜 내경 테이퍼 1/30
N외륜 외경에 스냅링 자리 붙이
NR스냅링 자리 + 스냅링 붙이
조합DB배면 조합
DF정면 조합
DT병렬 조합
클리어런스(생략)CN — 레이디얼 베어링 표준 클리어런스
C3C 클리어런스 등급(숫자 1~5로 등급 변화)
CM전동기용 깊은 홈 볼/원통 롤러 베어링 클리어런스
정도 등급(생략)JIS 0급 (보통 정도)
P6·P5·P4·P2숫자가 작아질수록 0급보다 고정도
재료-G-궤도륜 및 전동체가 침탄강
-H-궤도륜 및 전동체가 스테인리스강
리테이너M동합금 기계가공 리테이너
W프레스 리테이너
V리테이너 없음
NSK 보조기호 대표 예 — 한국NSK 「베어링 핸드북(기초편)」

앵귤러 볼 베어링에는 접촉각 기호가 더 붙습니다. 핸드북 표 기준으로 C = 15°, A5 = 25°, A = 30°입니다. 테이퍼 롤러 쪽에도 별도 접촉각 기호가 있는데, 이건 PDF에서 표가 겹쳐 나와 값이 어느 형식에 붙는지 확실히 대조되지 않아 여기서는 적지 않겠습니다. 확인 못 한 숫자를 그럴듯하게 채우면 그게 제일 나쁜 정리 노트니까요.

💡 팁 — 메이커가 다르면 기호도 다릅니다. 핸드북에는 씰·실드 기호 메이커 대조표가 실려 있는데, 강판 실드는 NSK·NTN 모두 ZZ로 같지만 접촉 고무 씰은 NSK가 DD, NTN은 LLU입니다. 같은 물건을 다른 글자로 부르는 것이니, 구매처 카탈로그 기준을 확인하고 주문해야 합니다.

🧩 실전 해독 — 6308ZZC3을 한 글자씩

핸드북이 예시로 든 번호를 그대로 쪼개보겠습니다.

자리기호해석
6단열 깊은 홈 볼 베어링
②③3직경 계열 3 (폭 계열 0은 생략)
08내경 40mm (08 × 5)
보조ZZ양쪽 강판 실드 붙이
보조C3레이디얼 클리어런스 C3
6308ZZC3 = 깊은 홈 볼 + 직경계열3 + 내경 40mm + 양쪽 실드 + C3 클리어런스

같은 방식으로 6203ZZ는 “단열 깊은 홈 볼 / 직경 계열 2 / 내경 17mm / 양쪽 강판 실드”가 됩니다. 여섯 글자에 형식·크기·밀봉이 전부 들어 있는 거예요. 공구상에서 이 문자열만 대면 되는 이유입니다.


⏱️ 기본 정격 수명 L10 — 시험에 꼭 나오는 3승과 10/3승

호칭번호를 읽었으면 다음은 수명 계산입니다. 여기서 제일 많이 틀리는 게 L10의 단위예요. 핸드북 정의는 이렇습니다. “동일 호칭번호의 베어링을 동일한 조건에서 회전시켰을 때 그중 90%의 베어링이 구름 피로에 의한 플레이킹 발생 없이 회전하고 있는 총 회전수.” 핸드북에도 굵게 적혀 있는데, 매분 회전수(rpm)가 아닙니다. 100만 회전(10⁶) 단위의 총 회전수입니다.

  • 볼 베어링: L10 = (C/P)³
  • 롤러 베어링: L10 = (C/P)10/3
  • 시간 단위로 바꾸면 — 볼: Lh = (C/P)³ × 10⁶ / (60n), 롤러: Lh = (C/P)10/3 × 10⁶ / (60n)

여기서 C는 기본 동정격하중(N, 레이디얼은 Cr·스러스트는 Ca), P는 베어링 하중(동등가하중, N), n은 회전속도(min⁻¹)입니다. 숫자를 넣어보면 감이 옵니다. C/P = 5이고 회전속도가 1,500rpm이라고 하면,

구분L10 (10⁶ 회전)Lh (시간)
볼 베어링 (3승)5³ = 125125×10⁶ ÷ (60×1,500) ≈ 1,389시간
롤러 베어링 (10/3승)5^(10/3) ≈ 213.7213.7×10⁶ ÷ (60×1,500) ≈ 2,375시간
C/P=5, n=1,500rpm 조건에서 직접 계산 (공식은 핸드북, 계산은 자체 대입)

지수가 3이라는 건 하중이 2배가 되면 수명은 1/8이 된다는 뜻입니다. 롤러는 지수가 10/3이라 더 가팔라서 약 1/10로 떨어지고요. “조금 무겁게 쓰는 정도”가 수명에서는 자릿수로 돌아옵니다. 반대로 하중을 20%만 줄여도 수명은 대략 두 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설계에서 여유를 두는 이유가 감성이 아니라 지수 함수인 셈이에요.

🎯 90%가 기준인 이유 — 수명 보정계수 a1·a2·a3

L10의 “10”은 10%가 탈락한다는 뜻, 즉 신뢰도 90% 기준입니다. 더 높은 신뢰도가 필요하면 보정합니다.

Lna = a1 · a2 · a3 · L10 — a1은 신뢰도 계수, a2는 베어링 특성 계수(재료 개선 보정, 1 이상), a3는 사용조건 계수(윤활막 형성 — 먼지·수분·온도·속도·유점도, 0.2~2)입니다. a1 값은 ISO·JIS에 규정돼 있습니다.

신뢰도(%)909596979899
a11.000.620.530.440.330.21
신뢰도 계수 a1 — ISO·JIS 규정값 (핸드북 수록)

표를 보면 신뢰도를 90%에서 99%로 올리면 계산 수명이 0.21배, 약 5분의 1로 쪼그라듭니다. 같은 베어링인데 요구 신뢰도만 바뀌어도 수명이 이렇게 움직여요. a3가 0.2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도 무섭습니다. 윤활이 무너지면 카탈로그 수명의 5분의 1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정비에서 그리스 관리가 왜 그렇게 강조되는지가 이 계수 하나에 다 들어 있습니다.


✅ 정리 — 베어링 호칭번호,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 ✅ 첫 자리 = 형식 (6이면 단열 깊은 홈 볼)
  • ✅ 뒤 두 자리 = 내경 — 00·01·02·03만 10·12·15·17mm 예외, 04부터는 ×5
  • ✅ 가운데 자리 = 직경 계열 — 같은 내경이라도 숫자가 크면 굵고 튼튼
  • ✅ 뒤 알파벳 = 실드(ZZ·DD·VV)·클리어런스(C3)·정도등급(P6~P2)
  • ✅ 수명은 볼 3승, 롤러 10/3승, 단위는 회전수(10⁶)
  • ❌ L10을 시간으로 착각하기 — 시간은 Lh, 60n으로 나눠야 합니다
  • ❌ 내경만 맞다고 아무 계열이나 끼우기 — 외경·폭이 다릅니다

한줄평: 베어링 번호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독해 과목입니다. 04부터 ×5 하나만 잡으면 절반은 읽힙니다.

기계 쪽 기록으로는 말리부 에어컨 컴프레서 교체 116만원 실기록이 있고, 전공 정리 글은 일반기계기사 카테고리에 계속 쌓을 예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베어링 끼워맞춤 — 억지끼워맞춤과 헐거운끼워맞춤을 언제 쓰는지, 내륜과 외륜에 왜 다른 공차를 주는지 정리하겠습니다.

확인한 출처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