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은 끼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어느 쪽 링을 몇 μm 죄어서 끼우느냐가 베어링 수명을 정합니다. 지난 글에서 호칭번호를 읽었으니, 이번엔 그 베어링을 축과 하우징에 어떻게 앉히는가를 봅니다.
베어링 끼워맞춤은 일반기계기사 필기와 실무 양쪽에서 계속 나오는 주제인데, 막상 “억지끼워맞춤이 뭔지”는 알아도 왜 회전하는 쪽만 억지로 끼우는지, 그 죔새가 내부 클리어런스를 얼마나 잡아먹는지까지 이어서 설명하는 자료는 드뭅니다. 이 글은 한국NSK 「베어링 핸드북(기초편)」(2008.10) 원문을 대조해, 6206 하나로 그 사슬을 끝까지 따라가 봅니다. 앞 편인 베어링 호칭번호 읽는 법(6308ZZC3)을 먼저 보시면 기호가 훨씬 쉽게 읽힙니다.

📐 베어링 끼워맞춤의 정의 — Gap이냐 Tight냐
핸드북의 정의는 아주 간명합니다. 조립 이전의 치수 차이가 끼워맞춤입니다.
| 구분 | 조건 | 계산 |
|---|---|---|
| 헐거운 끼워맞춤 | 홀 내경 > 축 외경 | 틈새(Gap) = 홀 내경 − 축 외경 |
| 중간 끼워맞춤 | 공차 범위에 따라 틈새도 죔새도 나올 수 있음 | 최대 Gap ~ 최대 Tight |
| 억지 끼워맞춤 | 축 외경 > 홀 내경 | 죔새(Tight) = 축 외경 − 홀 내경 |
중요한 건 베어링은 이 치수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베어링 내경·외경 공차는 규격으로 고정돼 있고(6206이면 내경 φ30 −0.0100, 외경 φ62 −0.0130), 끼워맞춤을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설계자가 지정하는 축과 하우징의 공차등급입니다.
🔢 6206 하나로 보는 실제 숫자 (μm)
핸드북이 6206으로 네 가지 경우를 계산해 둡니다. 단위가 μm(0.001mm)라는 게 핵심입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몇십 분의 1 차이로 조립 성격이 갈립니다.
| 조합 | 상대 부품 공차 | 치수(mm) | 결과 |
|---|---|---|---|
| 내륜 ↔ 축 (억지) | 축 m6 | 축 30.021 / 30.008 vs 내륜 30.000 / 29.990 | 죔새 8 ~ 31μm |
| 내륜 ↔ 축 (헐거움) | 축 f6 | 축 29.980 / 29.967 vs 내륜 30.000 / 29.990 | 틈새 10 ~ 33μm |
| 외륜 ↔ 하우징 (억지) | 하우징 N6 | 하우징 61.986 / 61.967 vs 외륜 62.000 / 61.987 | 죔새 1 ~ 33μm |
| 외륜 ↔ 하우징 (헐거움) | 하우징 G7 | 하우징 62.040 / 62.010 vs 외륜 62.000 / 61.987 | 틈새 10 ~ 54μm |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갑니다. 핸드북 억지끼워맞춤 도해의 계산 상자에는 “30.032 − 29.990 = 0.031mm”라고 적혀 있는데, 같은 그림의 축 치수 표기는 30.021 / 30.008(m6)입니다. 30.032로 빼면 0.042가 나오므로 계산 상자의 30.032는 30.021의 오타로 보는 게 맞습니다. 결과값 8~31μm은 m6 기준과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 왜 회전하는 쪽만 억지끼움인가 — 크립(Creep)
핸드북의 원칙은 한 줄입니다. “하중을 받아 회전하는 궤도륜에 적정한 억지 끼워맞춤을 적용해 축 또는 하우징에 고정한다.” 이유는 크립입니다.
죔새가 부족한 상태로 내륜에 하중이 걸린 채 돌면, 내륜과 축 사이에 원주 방향의 미끄러짐이 생깁니다. 끼워맞춤면에 틈새 C가 있다고 하면, 내륜 쪽 원주 길이가 축 쪽보다 길어서 1회전마다 두 원주 길이의 차이만큼 어긋납니다.
2πRA − 2πRB = π(2RA − 2RB) = πC
→ 1회전당 πC만큼 상대적으로 밀린다 (핸드북 크립 발생 메커니즘)
틈새가 10μm만 있어도 1회전에 약 31μm씩 밀린다는 뜻입니다. 분당 1,500회전이면 하루가 아니라 몇 분 만에 미끄러진 거리가 미터 단위로 쌓입니다. 그래서 크립이 한번 시작되면 끼워맞춤면이 극심하게 마모되고, 축이나 하우징 자체가 손상됩니다. 게다가 마모분이 베어링 내부로 들어가면 이상 발열·진동으로 번집니다. 크립은 외륜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간단해집니다. 하중에 대해 상대적으로 회전하는 링 = 억지끼움, 정지해 있는 링 = 헐거운 끼움(분해·조립과 축방향 이동을 위해). 하중 방향이 계속 바뀌는 방향부정하중이면? 양쪽 다 죄는 쪽으로 갑니다.
📊 축의 추천 끼워맞춤 (원통 구멍 베어링)
| 하중 조건 | 적용 예 | 축경 구간 (볼베어링, mm) | 축 공차 |
|---|---|---|---|
| 외륜 회전하중 | 정지축의 차륜 (내륜이 축상을 움직일 필요 있음) | 모든 축경 | g6 |
| 텐션풀리, 권선기 (움직일 필요 없음) | 모든 축경 | h6 | |
| 내륜 회전하중 또는 방향부정하중 — 경하중·변동하중 (0.06Cr 이하) | 가전기구, 펌프, 송풍기, 운반차, 정밀기계, 공작기계 | 18 이하 | js5 |
| 18~100 | js6(j6) | ||
| 100~200 | k6 | ||
| —(롤러 140~200) | m6 | ||
| — 보통하중 (0.06~0.13Cr) | 일반 베어링 응용, 중·대형 전동기, 터빈, 펌프, 엔진 주베어링, 치차운동장치, 목공기계 | 18 이하 | js5~6(j5~6) |
| 18~100 | k5~6 | ||
| 100~140 | m5~6 | ||
| 140~200 | m6 | ||
| 200~280 | n6 | ||
| — 중하중·충격하중 (0.13Cr 초과) | 철도차량, 산업차량, 전차 주전동기, 건설기계, 분쇄기 | 롤러 50~140 | n6 |
| 롤러 140~200 | p6 | ||
| 축방향 하중만 작용 | 각종 베어링 사용부위 | 전 축경 | js6(j6) |
표에 붙은 비고도 시험에 잘 나오는 문장들입니다. 정도를 요하는 부분에는 5급을 쓰고 베어링도 고정도 등급을 쓴다, 내경 18mm 이하 고정도 볼베어링에는 h5, 단열 테이퍼롤러·앵귤러 볼베어링은 k5·m5 대신 k6·m6 사용 가능, 그리고 중하중 구간은 CN 클리어런스보다 큰 클리어런스의 베어링이 필요하다는 대목입니다. 마지막 문장의 이유는 바로 다음 항목에 나옵니다.
🏠 하우징의 추천 끼워맞춤
| 하우징 | 하중 조건 | 적용 예 | 공차 | 외륜의 이동 |
|---|---|---|---|---|
| 일체형 | 외륜회전하중 + 박육하우징에 중하중·큰 충격 | 자동차 허브베어링(롤러), 크레인 주행차륜 | P7 | 이동 불가 |
| 외륜회전하중 + 보통·중하중 | 자동차 허브베어링(볼), 진동스크린 편심축 | N7 | ||
| 외륜회전하중 + 경하중·변동하중 | 컨베이어롤러, 활차, 텐션풀리 | M7 | ||
| 방향부정하중 + 큰 충격 / 보통·중하중 | 전차 주전동기, 펌프, 크랭크축 주베어링 | K7 | 원칙적으로 이동 불가 | |
| 방향부정하중 + 보통·경하중 | 중·대형 전동기 | JS7(J7) | 축방향 이동 가능 | |
| 내륜회전하중 + 모든 하중 | 일반 베어링 부위, 철도차량 하우징 | H7 | 용이하게 이동 가능 | |
| 분리형 | 내륜회전하중 + 보통·경하중 / 고온 | 플러머블록 / 제지용 건조기 | H8 / G7 | 용이하게 이동 가능 |
| 일체형 (정밀회전) | 방향부정하중 + 보통·경하중에서 정밀회전 | 연삭스핀들 후면 볼베어링, 고속원심압축기 자유측 | JS6(J6) | 이동 가능 |
| 방향부정하중 + 정밀회전 | 연삭스핀들 전면 볼베어링, 고속원심압축기 고정측 | K6 | 축방향 고정 | |
| 내륜회전 + 변동하중, 정밀회전·큰 강성 / 정숙 운전 | 공작기계 주축용 원통롤러베어링 / 가전기기 | M6 또는 N6 / H6 | 고정 / 용이하게 이동 |
축 표와 비교하면 규칙성이 보입니다. 축은 소문자(g6·h6·k5·m6·n6), 하우징은 대문자(H7·JS7·K7·M7·N7·P7). 그리고 하우징 쪽에는 축 표에 없는 열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외륜이 축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입니다. 축 양단에 베어링 두 개를 쓸 때 한쪽은 고정측, 한쪽은 자유측으로 두어 열팽창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 자유측을 만들어 주는 게 H7·JS7 같은 헐거운 하우징 끼워맞춤입니다.

📉 끼워맞춤이 내부 클리어런스를 먹는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억지로 끼우면 궤도륜이 압축·팽창하면서 레이디얼 내부 클리어런스가 줄어듭니다. 핸드북은 그 감소량을 죔새의 70~90% 수준이라고 못 박습니다. 여기에 운전 중 온도차까지 겹칩니다.
잔류 클리어런스 Δf = Δ₀ − δfi − δfe (이론 클리어런스 − 내륜측 감소 − 외륜측 감소)
유효 클리어런스 Δ = Δf − δt
δt ≒ α · Δt · De / α = 12.5×10⁻⁶ (1/℃), Δt = 내외륜 온도차(℃), De = 외륜 궤도경(mm)
볼베어링 De ≒ (4D + d)/5 롤러베어링 De ≒ (3D + d)/4
핸드북은 내륜과 전동체의 온도가 외륜보다 5~10℃ 높다고 합니다(외륜 쪽이 방열 조건이 좋으니까요). 6206으로 직접 계산해 보겠습니다.
| 항목 | 계산 | 값 |
|---|---|---|
| 외륜 궤도경 De | (4×62 + 30) / 5 | 55.6 mm |
| 온도차 5℃일 때 δt | 12.5×10⁻⁶ × 5 × 55.6 | 약 3.5 μm |
| 온도차 10℃일 때 δt | 12.5×10⁻⁶ × 10 × 55.6 | 약 7.0 μm |
| m6 축 죔새에 의한 감소 | (8~31μm) × 70~90% | 5.6 ~ 27.9 μm |
| 6206(d=30) CN 클리어런스 | 핸드북 규격표 24~30mm 구간 | 5 ~ 20 μm |
불리한 쪽으로 조합해 보면 이렇게 됩니다. CN 최소 5μm인 베어링에 죔새 최대(31μm)가 걸리면 감소량만 27.9μm — 유효 클리어런스가 이미 마이너스입니다. 여기에 온도차 7μm가 더 빠지죠. 반대로 CN 최대 20μm에 죔새 최소(8μm)면 20 − 5.6 − 3.5 ≈ 10.9μm가 남습니다. 같은 6206, 같은 m6인데 조합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핸드북의 결론이 “유효 클리어런스는 0보다 약간 큰 값이 되도록 베어링 클리어런스를 결정한다”이고, 중하중 구간 축 표에 “CN보다 큰 클리어런스가 필요하다”는 비고가 붙는 겁니다. 앞 글에서 봤던 C3(6308ZZC3의 그 C3)가 왜 붙어 나오는지가 여기서 설명됩니다. 참고로 클리어런스 기호는 C2 < CN < C3 < C4 < C5 순으로 커지고, CN은 표기하지 않습니다.
🔧 조립 실무 — 압입과 열박음에서 베어링 깨먹는 법
계산이 맞아도 조립에서 망가뜨리면 끝입니다. 핸드북이 경고하는 것들입니다.
- 프레스 압입(소형 베어링) — 내륜을 억지끼움할 때 외륜에 압입력을 걸지 말 것. 힘이 볼을 타고 넘어가면 볼과 궤도륜 접촉부에 브리넬 압흔이 찍힙니다. 눌린 자국이 남은 베어링은 그대로 소음·진동원이 됩니다.
- 내륜·외륜을 동시에 억지끼움하는 경우나 자동조심 볼베어링은 전용 도구로 양쪽을 함께 밀어 넣습니다.
- 작업 시 끼워맞춤면에 오일을 도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열박음(열팽창 끼워맞춤) — 대형 베어링에 널리 쓰이고, 무리한 힘 없이 단시간에 끝낼 수 있습니다. 단 120℃ 이상으로 가열하지 말 것.
- 오일통 바닥에 직접 닿지 않게 철망 받침에 올리거나 매달아 가열합니다.
- 작업 중 내륜이 식으면 안 들어가므로, 필요 온도보다 조금 높게 가열합니다.
💡 정리 한 줄
“회전하는 링은 죄고, 정지한 링은 풀되, 죈 만큼 클리어런스를 돌려받아 놓아라.” 죔새 → 클리어런스 감소(70~90%) → 온도차 감소(δt) → 남은 값이 0보다 조금 크게. 이 순서만 외우면 끼워맞춤 문제는 대부분 풀립니다.
✅ 시험·실무에서 챙길 포인트
- ✅ 죔새 = 축 외경 − 홀 내경 / 틈새 = 홀 내경 − 축 외경 (부호 헷갈리면 다 틀립니다)
- ✅ 회전하중을 받는 궤도륜 = 억지끼움, 정지측 = 헐거운 끼움
- ✅ 크립은 1회전당 πC — 틈새가 조금만 있어도 누적이 엄청납니다
- ✅ 축은 소문자·하우징은 대문자, 자유측은 H7/JS7로 만든다
- ✅ 클리어런스 감소량 = 죔새의 70~90%, 온도차 δt = α·Δt·De
- ❌ 외륜을 때려서 내륜을 끼우지 말 것(브리넬 압흔)
- ❌ 열박음 시 120℃ 초과 금지
수치·표·계수는 전부 한국NSK 「베어링 핸드북(기초편)」 원문과 대조했고, 계산 예시(De 55.6mm, δt 3.5/7.0μm)는 핸드북 계수로 제가 직접 계산한 값입니다. 제조사별 공식 자료는 NSK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 베어링 윤활입니다. 그리스와 오일을 무엇으로 가르는지, 봉입량이 왜 공간의 1/3~1/2인지, dn값이 뭔지까지 같은 방식으로 원문 대조해서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