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은 비교해보고 고르는 곳이 아닙니다. 전화 한 통 받고, 정신없는 상태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곳이죠.”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8월 25일 장례식장 표준약관 개정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개정 자체는 8월 20일 자고요. 뉴스에는 “화환을 마음대로 못 버린다”, “과일·음료는 반입 가능” 정도로만 짧게 떴는데, 저는 그 요약이 좀 답답해서 공정위 게시판에서 표준약관 제10029호 원문 파일을 직접 받아 열어봤습니다. 전문이 제16조까지 있는 문서인데, 기사에 안 나온 조항 중에 더 실용적인 게 섞여 있더군요.
특히 이용료를 어떻게 계산하는지가 원문에 숫자로 박혀 있습니다. 이건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차이가 실제 금액으로 벌어지는 부분이에요.
장례식장 표준약관에서 이번에 바뀐 건 3가지입니다

공정위 발표 기준으로 이번 개정의 축은 화환 처리, 외부 음식물 반입 기준, 계약 전 설명 의무 세 가지입니다. 하나씩 원문 문구로 보겠습니다.
① 화환은 유족 소유입니다 — 신설 제13조
제13조 문장은 이렇습니다.
제13조(화환의 소유권 및 처리)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의 소유권은 이용자에게 있으며, 사업자는 화환을 처리하는 경우 이용자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짧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정리한 문장입니다. 첫째, 조문객이 보낸 화환의 주인은 장례식장이 아니라 유족이라는 것. 둘째, 그래서 처리하려면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처리’라는 단어가 넓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폐기만이 아니라 치우는 것, 옮기는 것, 되파는 것 전부가 이용자와 상의할 대상이 됩니다. 그동안 화환 재사용 관행이 반복적으로 논란이 된 이유가 “누구 물건이냐”가 약관에 안 적혀 있었기 때문인데, 그 공백을 메운 겁니다.
② 외부 음식물, 기준은 품목이 아니라 ‘조리 여부’입니다 — 제14조
이 부분은 기사 요약과 원문의 결이 조금 다릅니다. 언론에는 “과일·음료·주류는 반입 가능”이라고 품목 목록처럼 나왔는데, 약관 원문에는 품목 목록이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되어 있어요.
제14조(음식물의 반입 및 위생관리)
① 장례식장 내 위생 안전과 식중독 예방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외부에서 조리된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합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와 이용자가 사전에 합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음식물을 반입할 수 있습니다. 단, 식중독 등 위생 사고의 위험이 큰 변질 우려 식품은 반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③ 이용자가 사업자와의 협의 없이 무단으로 반입한 외부 음식물로 인하여 식중독 등 위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으며 사업자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④ 이용자는 장례식장 이용 후 남은 제물 및 음식물을 반출할 수 있습니다.
즉 금지 대상은 “외부 음식물”이 아니라 “외부에서 조리된 음식물”입니다. 자르지 않은 과일이나 포장 음료처럼 조리 과정이 없는 것들은 애초에 제1항의 금지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구조예요. 공정위가 보도자료에서 과일·음료·주류를 예로 든 것도 이 구조를 풀어서 설명한 것입니다.
| 구분 | 약관 제14조 적용 | 실무 포인트 |
|---|---|---|
| 조리되지 않은 것 (과일·포장 음료·주류 등) | 제1항 금지 대상 아님 | 원칙적으로 반입 제한 사유가 없습니다 |
| 외부에서 조리된 것 (밥·국·전·반찬·육류·떡 등) | 원칙 금지, 사전 합의 시 예외 허용 |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협의 대상입니다 |
| 변질 우려가 큰 식품 | 합의해도 제한될 수 있음 | 여름철 상온 보관 음식이 여기 걸립니다 |
| 남은 제물·음식물 | 제4항, 이용자가 반출 가능 | 보관·섭취 책임은 가져가는 쪽입니다 |
개인적으로 제일 몰랐던 건 ④항이었습니다. 남은 음식과 제물을 가져가도 된다는 조항이 약관에 명시돼 있어요. 저는 이런 건 당연히 장례식장이 알아서 처리하는 줄 알았는데, 원문에 “반출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지죠. 대신 가져간 뒤 탈이 나면 그 책임은 가져간 사람 몫이라는 단서가 같은 항에 붙어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 조항은 없습니다.
③ 계약 전에 설명해야 합니다 — 제7조 제4항
공정위가 이번에 명확히 했다고 밝힌 사업자 의무 조항은 제7조 제4항입니다. “사업자는 장례식장 등의 이용계약 체결 전 제5조 이용시설, 제6조 이용료 및 장례 의식의 내용을 설명하여야 합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시설·가격·의식 내용을 설명하라는 뜻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장례식장은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할 시간이 사실상 없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새벽에 연락을 받고, 몇 시간 안에 빈소를 정하고, 견적은 발인 무렵에야 총액으로 마주하게 되죠. 설명 시점을 계약 전으로 못 박은 건 그 순서를 바꾸려는 조항입니다.
같은 방향의 규제가 최근 다른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8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원룸 관리비 설명 의무 확대도 “계약 전에 돈 얘기를 먼저 하라”는 같은 논리입니다.
기사에 안 나온 것 — 이용료는 ‘안치일시’부터 셉니다

제6조 제2항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치실·빈소·접객실 이용료는 안치일시를 기준으로 24시간을 1일로 산정하고, 24시간에 미달하는 시간은 12시간 이상이면 1일, 12시간 미만이면 시간 단위로 계산하되 1시간 미만은 1시간으로 올린다는 겁니다.
기준점이 ‘입실’이 아니라 ‘안치’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시신을 안치실에 모신 시각부터 시계가 돌아가요. 그리고 12시간이 손익분기점입니다. 발인 시각이 안치 후 60시간이면 2일 + 12시간 → 사실상 3일 치가 붙고, 59시간이면 2일 + 11시간 → 2일 치에 시간 요금이 붙습니다. 한 시간 차이로 하루치가 왔다 갔다 하는 구조입니다.
제6조 제4항도 같이 알아두면 좋습니다. 이용자는 발인 전에 이용료 전액을 지급해야 하고, 그때 사업자는 내역별 거래명세서와 영수증을 교부해야 합니다. 총액 한 장이 아니라 내역별입니다.
💡 팁 —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계약 장소인 사무실 안 잘 보이는 곳에 이 약관과 이용료(내역별 금액)를 게시해야 하고, 이용자가 요구하면 약관을 교부해야 합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약관하고 가격표 좀 주세요” 한마디는 할 수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나중에 총액 다툼의 근거가 됩니다.
그런데 표준약관은 강제가 아닙니다 — 그럼 뭘 할 수 있나
여기서 김이 좀 빠지는 사실을 짚고 가야 합니다. 표준약관은 법이 아니라 권장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9조의3 제5항이 공정위가 표준약관을 공시하고 “사용할 것을 권장할 수 있다”고 정해 뒀어요. 즉 개정됐다고 해서 전국 장례식장 약관이 오늘부터 자동으로 바뀌는 게 아닙니다.
다만 같은 조 뒤쪽에 이빨이 숨어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⑥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표준약관의 사용을 권장받은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는 표준약관과 다른 약관을 사용하는 경우 표준약관과 다르게 정한 주요 내용을 고객이 알기 쉽게 표시하여야 한다.
⑦ 공정거래위원회는 (…) 표준약관 표지를 정할 수 있고,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는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경우 (…) 표준약관 표지를 사용할 수 있다.
⑧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는 표준약관과 다른 내용을 약관으로 사용하는 경우 표준약관 표지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⑨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가 제8항을 위반하여 표준약관 표지를 사용하는 경우 표준약관의 내용보다 고객에게 더 불리한 약관의 내용은 무효로 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표준약관 표지를 붙여놓고 표준약관보다 불리한 조항을 끼워 넣었다면, 그 불리한 조항은 무효입니다(제9항). 표지를 잘못 붙인 것 자체도 제재 대상이라 같은 법 제34조 제1항은 이 경우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제3항은 표준약관과 다르게 정한 내용을 알기 쉽게 표시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규정합니다.
| 상황 | 근거 | 이용자가 할 수 있는 것 |
|---|---|---|
| 표준약관을 쓰지 않는 장례식장 | 약관규제법 §19조의3⑤ | 강제할 수는 없음. 대신 계약 전에 약관·가격표 요구(표준약관 §7①) |
| 표준약관 표지는 붙었는데 조항이 더 불리함 | 같은 조 ⑧⑨ | 그 불리한 조항은 무효. 과태료 대상이기도 함(§34①) |
| 다른 점을 안 알려줌 | 같은 조 ⑥ | 5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34③) |
| 약관 심사 자체를 요청하고 싶음 | 같은 법 §19① |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소비자단체·한국소비자원·사업자단체가 심사청구 가능 |
그러니까 개정 소식을 “이제 다 해결됐다”로 읽으면 안 되고, “계약 전에 확인할 목록이 생겼다”로 읽는 게 맞습니다. 확인은 결국 유족이 해야 합니다. 야박하지만 그게 현재 구조예요.
✅ 이 글이 필요한 사람 / ❌ 필요 없는 사람
- ✅ 부모님·조부모님 연세가 있어 언젠가는 상주 자리에 서게 될 사람 — 그때는 검색할 시간이 없습니다
- ✅ 장례를 치르는 중인데 화환 처리나 음식 반입으로 실랑이가 붙은 사람
- ✅ 견적 총액이 예상과 다르게 나와서 일수 계산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
- ❌ 상조 상품(선불식 할부거래) 가입 조건을 찾는 사람 — 그건 다른 법(할부거래법)이 다룹니다
- ❌ 화장장·봉안당 이용 절차를 찾는 사람 — 이 약관은 장례식장 시설 이용 계약에 한정됩니다
원문을 직접 보고 싶다면 공정위 표준약관 게시판에서 “장례식장”으로 검색하면 제10029호 파일이 나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게시판
★ 한줄평 — 화환 조항보다 제6조 이용료 계산법이 훨씬 실전용입니다. 12시간이 하루를 가릅니다.
📌 다음 편 예고 — 같은 8월에 개정 예고된 선불식 할부거래(상조) 소비자보호 지침도 한 번 뜯어보겠습니다. 선수금 1,000억 원 이상 업체에 운용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인데, 상조 가입자 입장에서 뭐가 달라지는지가 관건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