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절반은 작품이고, 나머지 절반은 동해였습니다.
1편(안목항·솔향수목원), 2편(아트쇼·경포)에 이어 강릉 1박2일 마지막 편입니다. 둘째 날은 오전을 통째로 하슬라아트월드에 썼습니다. 정동진 가는 언덕 위에 있는 미술관인데, 결론부터: 강릉에서 딱 한 곳만 가야 한다면 저는 여기를 고릅니다.
🧶 11:17 — 하슬라아트월드, 작품 속을 걸어 다니는 미술관


제일 유명한 건 이 실뜨개 터널입니다. 수천 가닥의 실이 계단 통로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속을’ 걸어 내려가게 됩니다. 조명이 실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데 발밑까지 온통 실이라 걸음이 저절로 조심스러워져요.


이런 방이 한두 개가 아니라 연달아 나옵니다. 방마다 컨셉이 달라서 관람 속도가 도무지 붙지 않는 게 유일한 단점. 저희도 예상 관람시간을 한참 초과했습니다.
사진 속 방들을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실이 폭발하는 방’은 벽과 천장은 물론 문손잡이까지 실로 감겨 있어서, 방 자체가 통째로 하나의 설치작품입니다. 파란 빛의 터널은 바닥과 벽의 경계가 조명에 묻히는 구간이라 걷다 보면 평형감각이 잠깐 흔들리는데,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지나가는 걸 추천해요.
규모도 생각보다 큽니다. 공식 안내 기준으로 하슬라아트월드는 현대미술관 3개 관에 피노키오·마리오네트 박물관, 야외조각공원, 스카이워크, 오션스퀘어까지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각 관마다 전시 설명이 비치되어 있고 QR코드로 모바일 도슨트도 지원되니, 해설 예약 없이 가도 관람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미술관의 진짜 정체는 전망대입니다. 언덕 위에 지어져서 관람 동선 곳곳에서 동해가 통째로 열립니다. 6월의 동해는 물색이 이미 한여름이라, 전망 데크에 서면 만세가 자동으로 나옵니다(사진 참조 — 저 사람이 접니다, 뒷모습이지만). 야외 조각공원까지 합치면 바다를 보는 각도만 열 가지쯤 됩니다.
이 언덕에는 미술관만 있는 게 아니라 뮤지엄호텔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으로 전 객실이 서로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고, 호텔 조식 패키지도 운영합니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미술관 언덕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 동해를 보는 코스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주소는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 강릉 시내에서 정동진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이라, 저희처럼 ‘하슬라 → 정동진’ 순서로 묶으면 동선이 깔끔합니다.
한줄평: ★★★★★ 미술관+전망대+산책로가 한 장짜리 티켓. 강릉 최우선 추천.


야외 조각공원 구간은 실내와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언덕 경사면을 따라 조형물이 띄엄띄엄 놓여 있고, 그 사이사이로 동해가 배경처럼 걸립니다. 스카이워크와 오션스퀘어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라, 실내 관람이 끝났다고 바로 나가지 말고 야외를 도는 시간을 따로 잡아두는 게 좋아요.
ℹ️ 하슬라아트월드 실용 정보
| 운영시간 | 실내미술관 09:00~18:00 (야외조각공원은 계절별 상이) |
| 입장료 | 자유관람 성인 15,000원 / 도슨트 관람 19,000원 |
| 구성 | 현대미술관 + 야외조각공원 + 피노키오박물관 + 바다 전망 카페 |
| 팁 | 오전 일찍 가면 실뜨개 터널을 사람 없이 찍을 수 있습니다 |
(요금·시간은 하슬라아트월드 공식 홈페이지 기준이니, 방문 전 한 번 더 확인하세요.)
💡 팁: 36개월 이하는 무료 입장이고 경로·장애인·30인 이상 단체 할인이 있습니다. 도슨트 관람권은 홈페이지에서 미리 구매해야 하고, 현장 매표소에서는 자유관람권만 살 수 있어요. 연중무휴라 월요일 여행자에게도 안전한 선택지입니다.
🐈 12:15 — 정동진, 이 여행 최고의 피사체

내려오는 길에 정동진에 잠깐 들렀습니다. 역 근처 데크에서 낮잠 주무시는 분을 만났는데, 발라당 뒤집어져서 미동도 없는 모습에 일행 모두 한참을 서서 구경했습니다. 1박2일 사진 335장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컷이 결국 고양이 사진인 게 조금 그렇긴 한데 — 원래 여행이 그렇습니다.
정동진, 고양이 말고도 볼 게 있습니다
짧게 들렀지만 정동진 자체가 꽤 밀도 있는 동네입니다.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라 있는 곳입니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폐역 위기를 벗어나 지금의 해돋이 명소가 됐고, 연말연시에는 전국에서 해돋이 관광열차가 이 역까지 들어옵니다.
역에서 해변을 따라 걸으면 모래시계공원이 나옵니다. 지름 8.06m, 무게 40톤짜리 세계 최대 모래시계(기네스북 등재)가 있는데, 안에 든 모래 8톤이 다 떨어지는 데 정확히 1년이 걸립니다.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반 바퀴를 돌려 새해를 시작하는 방식이라, 연말에 오면 ‘시계를 뒤집는 순간’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공원 쪽에는 증기기관차와 180m 기차 객차를 통째로 전시공간으로 쓰는 정동진시간박물관(09:00~18:00)도 있습니다.
몸을 쓰고 싶다면 정동진 레일바이크도 있습니다. 정동진역 탑승장에서 출발해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로, 요금은 공식 요금표 기준 2인승 28,000원·4인승 38,000원입니다. 강풍이나 폭우 때는 운행이 중단될 수 있으니 날씨가 애매한 날엔 미리 확인하고 가세요.
💡 팁: 해돋이가 목적이라면 정동진역이 그 자체로 명소입니다 — 연말이면 해돋이 관광열차가 전국에서 들어올 정도예요. 다만 그만큼 인파도 몰리니, 낮의 한산한 정동진을 노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 강릉 1박2일 전체 코스 총정리
- Day 1: 안목항 막국수 → 안목 커피거리 → 강릉솔향수목원(무료) → 하슬라 이머시브 아트쇼 → 분홍 무지개(비매품) → 경포 밤바다 폭죽
- Day 2: 하슬라아트월드(최우선 추천) → 정동진 → 귀가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바다+숲+전시를 하루씩 섞고 싶은 분 / 사진 찍는 여행을 좋아하는 분 / 성수기 인파가 싫은 분(6월이 정답입니다)
이런 분께는 비추 ❌ 해수욕이 메인인 분(6월 바다는 아직 입수용이 아닙니다) / 미술관에서 10분 만에 나오는 분
마지막으로 — 이 시리즈는 사진 백업 서버에 1년간 잠들어 있던 335장을 AI와 함께 시간·GPS로 복원해서 쓴 글입니다. 기록은 해두면 언젠가 글이 됩니다. 다음 여행기는 후쿠오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