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간다고 했더니 눈치를 주더라.” — 이 말, 사실 옛날부터 불법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올해 6월 말에 첫 동원훈련을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경기도 고양 쪽 훈련장이었고 저는 간부 예비역이라 일반 예비군과는 소집 형태가 좀 달랐습니다. 입영 전날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회사에는 미리 말했냐”였어요. 저야 지금 시험 준비 중이라 직장 눈치 볼 일이 없었지만, 같이 간 사람들 절반은 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훈련 자체보다 예비군 훈련 불이익이 더 현실적인 걱정거리라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예비군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26년 8월 28일부터, 예비군 훈련 때문에 불이익을 받으면 국방부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는 절차가 법에 생깁니다. 그동안 없던 게 뭐였는지부터 짚어야 이게 왜 의미가 있는지 보입니다.

🪖 원래도 불법이었습니다 — 예비군법 제10조·제10조의2
먼저 현행 조문입니다. 예비군법 제10조(직장 보장)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용하는 자는 그가 고용한 사람이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을 때에는 그 기간을 휴무로 처리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0조의2는 학교 버전입니다. 고등학교 이상 학교의 장과 교직원은 동원·훈련을 받는 학생에 대해 그 기간을 결석으로 처리하거나 그걸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벌칙도 이미 있었습니다. 제15조제8항이 이 두 조문을 위반한 사용자나 학교의 장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합니다. 형량만 보면 결코 가벼운 조항이 아니에요.
그럼 왜 다들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했을까요. 신고할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문은 형사처벌 조항이라 결국 고소·고발밖에 길이 없었고, 다니는 회사를 상대로 형사 절차를 시작한다는 건 사실상 퇴사를 각오하라는 얘기였습니다. 권리는 있는데 그걸 쓰는 절차가 없는 상태였던 거죠. 이번 개정이 채우는 게 정확히 그 빈칸입니다.
📝 예비군 훈련 불이익 신고, 4단계로 굴러갑니다
개정 근거는 예비군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388호, 2026년 2월 27일 공포)이고 시행일은 2026년 8월 28일입니다. 신설되는 제10조의4(불이익처우의 시정)가 절차 전체를 담고 있습니다.
| 단계 | 내용 | 근거 |
|---|---|---|
| ① 신고 | 불리한 처우를 받은 사람뿐 아니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도 국방부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음 | 제10조의4① |
| ② 사실 확인 | 국방부장관이 관련 기관·단체·개인에게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을 요청. 요청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함 | 제10조의4② |
| ③ 시정 요구 | 위반이 확인되면 사용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시정 요구. 요구받은 자는 30일 이내 이행 + 이행결과를 국방부에 제출 | 제10조의4③④ |
| ④ 고발 | 정당한 사유 없이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방부장관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음 | 제10조의4⑤ |
이 구조에서 제일 중요한 건 ①번의 신고 주체라고 봅니다. 조문이 “불리한 처우를 받은 사람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라고 써 놨어요. 당사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됩니다. 같은 부서 동료가, 노조가, 심지어 그 얘기를 들은 제3자가 신고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사자만 신고할 수 있게 해놨으면 결국 예전이랑 똑같았을 텐데, 여기서 한 칸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④번. 국방부가 직접 처벌하는 게 아니라 고발까지가 국방부 몫이고, 처벌은 제15조제8항에 따라 형사절차로 갑니다. 즉 개인이 회사를 형사고소하던 걸, 이제 국방부가 대신 해주는 구조가 된 겁니다. 신고자 입장에서 부담이 확 줄어드는 지점이 여기예요.

🏢 예비군권익보장센터가 생깁니다 — 제10조의5
같은 날 신설되는 제10조의5는 창구 자체를 만듭니다. 국방부장관이 불이익처우 신고의 접수 및 처리 등 예비군대원의 권익보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예비군권익보장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센터의 구성·운영, 업무 범위와 처리 방법·절차는 대통령령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솔직하게 짚고 갈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조문이 “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입니다. “운영하여야 한다”가 아니에요. 둘째, 이 글을 쓰는 8월 16일 기준으로 시행령 개정분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에 전화하면 되고 온라인 접수는 어디서 하는지”는 아직 확정된 정보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벌써 접수처가 돌아다닌다면 그건 근거 없는 얘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시행령이 공포되면 그때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 비상근 예비군은 예외가 생깁니다 — 제10조의3
같이 신설되는 제10조의3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제3조의3에 따라 선발된 비상근 예비군의 훈련 소집기간 중 연간 30일을 초과한 기간에 대해서는 제10조와 제10조의2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직장 보장·학업 보장의 상한선을 그은 셈이에요.
이건 비상근 예비군 제도의 성격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일반 예비군 훈련은 제6조제1항에서 연간 20일 한도로 정해져 있는데, 비상근 예비군은 제3조의3에 따라 지원을 받아 선발해서 평시에 일정 기간 소집하는 제도입니다. 소집 일수가 훨씬 길어질 수 있죠. 회사 입장에서 무제한으로 휴무를 보장하라고 하면 애초에 지원자를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30일까지는 확실히 보장하고, 그 위는 당사자와 회사가 조율하는 구조로 정리한 것으로 읽힙니다.
💡 실전 팁 — 신고를 하든 안 하든, 소집통지서와 훈련 이수 증빙은 무조건 남겨두세요. ②단계에서 국방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언제 어떤 훈련에 소집됐는지”가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회사에 알린 기록(메일·메신저 캡처)이 있으면 “훈련을 이유로”라는 인과관계를 보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구두로만 말하고 끝내지 마세요. 시정요구가 나가면 회사는 30일 안에 이행하고 결과를 제출해야 하니, 그 30일이 실질적인 압박 구간이 됩니다.
✅ 이건 신고 대상, ❌ 이건 아닙니다
- ✅ 훈련 기간을 무급 결근·휴무로 처리한 경우 — 제10조가 “그 기간을 휴무로 처리하거나”를 정면으로 금지합니다
- ✅ 훈련 다녀왔다는 이유로 인사평가·배치·수당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경우 — 제10조의 “불리한 처우”
- ✅ 학교에서 훈련 기간을 결석 처리하거나 성적상 불이익을 준 경우 — 제10조의2
- ❌ 훈련 자체를 연기·보류하고 싶은 경우 — 이건 불이익이 아니라 제6조제3항·제4항(보류·연기) 문제입니다. 소속 부대나 병무 창구로 가야 합니다
- ❌ 비상근 예비군의 연간 30일 초과분 — 제10조의3에 따라 직장·학업 보장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한 장 요약
| 법률 | 예비군법 일부개정법률 (법률 제21388호) |
| 공포일 | 2026년 2월 27일 |
| 시행일 | 2026년 8월 28일 |
| 신설 조문 | 제10조의3(비상근 예비군 특례), 제10조의4(불이익처우의 시정), 제10조의5(예비군권익보장센터) |
| 기존 벌칙 | 제15조제8항 —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그대로 유지) |
| 시정요구 이행기한 | 30일 + 이행결과 제출 |
| 아직 미정 | 예비군권익보장센터 접수 창구(대통령령 위임, 8월 16일 기준 미확인) |
훈련장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대놓고 “가지 마라”고 하는 회사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대신 연차에서 까거나, 그 주에 몰아서 야근을 시키거나, 평가 때 조용히 반영하는 식이죠. 조문은 예전부터 그런 걸 다 금지하고 있었는데 신고할 데가 없어서 그냥 넘어갔던 겁니다. 8월 28일부터는 최소한 “어디에 말하면 되는지”에 대한 답이 생깁니다. 실제로 센터가 얼마나 굴러갈지는 시행령과 운영을 봐야겠지만, 창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군 복무와 관련해 같은 달에 시행되는 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 군 복무기간 호봉 인정, 8월 20일부터 의무화됩니다에서 정리했습니다. 예비군법 조문 원문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 예비군법). 시행일이 8월 28일이라 지금은 시행예정본을 열어야 신설 조문이 보입니다.
다음 편 예고 — 예비군권익보장센터 시행령이 나오면 접수 창구와 처리 절차를 실제 신청 화면 기준으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