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안 하는 사람이 무슨 8만원짜리 키보드야.”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하루에 제일 오래 만지는 물건이 키보드라서, 이번엔 눈 딱 감고 하나 들였습니다.
책상 위에서 제일 손이 많이 가는 물건이 뭘까 생각해보면, 저는 마우스도 모니터도 아니고 키보드였습니다. 그동안 쓰던 유선 키보드를 정리하기로 하면서, 이왕 바꾸는 김에 요즘 소문난 가성비 커스텀 하나를 골라봤어요. 오늘 리뷰할 물건은 아콘 AK47 PRO, 정확히는 프리플로우의 archon AK47 PRO 8K 화이트 모델입니다. 쿠팡에서 87,900원에 데려왔고, 오늘 오전에 막 개봉해서 셋업까지 끝낸 따끈한 상태예요.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은 “몇 달 써본 장기 후기”가 아니라 개봉 · 셋업 · 기능 첫인상 위주의 글입니다. 타건감처럼 오래 써봐야 아는 부분은 솔직하게 유보했으니, 그 점 감안하고 봐주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가격에 이만큼 욱여넣었다고? 싶은 물건인 건 확실합니다.
📦 아콘 AK47 PRO, 박스부터 열어봤습니다

박스는 무광 검정에 주황색 띠가 들어간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프리플로우(PREFLOW)라는 국내 브랜드 로고가 위쪽에, 아래엔 Archon AK47 PRO가 큼직하게 박혀 있어요. 요즘 가성비 키보드들이 그렇듯 포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신 안에 든 걸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입니다. 뜯어보니 키보드 본체 위에 한글 유저매뉴얼이 얹혀 있고, 그 아래 구성품 박스가 별도로 들어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이 가격에 구성품이 왜 이렇게 많아?”가 시작됩니다. 커스텀 키보드에서 흔히 별매로 파는 소품들이 기본 동봉이라, 상자를 여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했어요. 개봉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가 되는 물건이라고 해야 할까요.
⌨️ 화이트 바디 + 회색·주황 키캡, 첫인상은 합격

본체를 꺼내 든 순간 제일 마음에 든 건 색 조합이었습니다. 하얀 하우징에 회색·흰색 키캡을 깔고, Esc와 Enter만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이게 은근히 감각 있어요. 넘버패드를 뺀 텐키리스(TKL) 배열이라 책상 위 공간도 딱 필요한 만큼만 차지합니다. 마우스 놓을 자리가 넉넉해지는 게 텐키리스의 진짜 장점이죠.
오른쪽 상단을 보면 방향키 위에 작은 LCD 화면과 은색 노브(다이얼)가 달려 있는데, 이게 이 키보드의 얼굴마담입니다(뒤에서 따로 다룰게요). 하우징 옆선도 매끈하게 떨어지고, 8만원대 물건 치고 마감에서 크게 티 나는 부분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사진 배경에 보이는 화이트 계열 데스크와도 톤이 잘 맞아서, “화이트 셋업” 맞추는 분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합니다.
🧰 구성품이 알차다 — 여분 스위치·키캡풀러·흡음까지

구성품을 쭉 펼쳐 봤습니다. 화이트 직조(패브릭) USB-C 케이블이 기본으로 들어 있는데, 흔한 검정 고무 케이블이 아니라 본체 색과 맞춘 하얀 직조라 이것만으로도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비닐 봉지 안에 여분 스위치가 들어 있고, 키캡 풀러와 스위치 풀러도 함께예요. 무슨 뜻이냐면, 이 키보드가 핫스왑(hot-swap)을 지원한다는 겁니다. 납땜 없이 스위치를 뽑고 다른 스위치로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얘기죠.
오른쪽 아래 작은 봉지에 든 건 2.4GHz 무선 동글입니다. 즉 이 키보드는 유선 · 2.4GHz · 블루투스 세 가지 방식을 다 지원하는 3모드 키보드예요. 저는 스위치는 새것 그대로 쓸 생각이라 당장 갈아 끼우진 않았지만(새 거 뽑기가 왠지 아깝더라고요), 나중에 타건음이 마음에 안 들면 손 볼 여지를 열어둔 셈이라 든든합니다. 이 가격대에서 여분 스위치에 풀러 두 종류까지 챙겨주는 건 확실히 후한 구성입니다.
🔤 PBT 한글 각인 키캡

키캡을 가까이서 찍어봤습니다. 한글과 영문이 같이 각인되어 있어서, 한글 자판을 눈으로 찾는 분들껜 실용적입니다(요즘 영문 각인만 있는 커스텀이 많아서 오히려 반가웠어요). 재질은 표면이 사각사각한 PBT로, 손가락에 닿는 질감이 매끈한 ABS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래 써도 번들번들 광 나는 현상이 덜한 게 PBT의 장점이죠.
각인은 새겨 파낸 방식이라 손톱으로 긁어도 쉽게 지워질 느낌은 아니었고, 폰트도 둥글둥글해서 화이트·그레이 톤과 잘 어울립니다. 키캡 옆면까지 각인이 들어간 사이드 각인이라 정면에서 봤을 때 깔끔한 것도 포인트. 다만 이 부분은 취향을 타서, 미니멀하게 민짜 키캡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나중에 통짜로 바꾸고 싶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한글 각인이 있는 쪽이 편해서 당분간 그대로 쓸 생각입니다.
🎛 이 키보드의 자랑 — LCD 노브에 8K, 그리고 GIF까지

제가 이 키보드를 고른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LCD 화면 + 노브 조합입니다. 작은 화면에 날짜, 시간, 배터리 잔량(사진 속 75%), 현재 연결 방식(USB/2.4G/블루투스), 그리고 8K 표시까지 한눈에 뜹니다. 노브는 돌려서 볼륨 조절, 누르면 음소거 같은 기능을 담당하고요. 손 안 떼고 소리 조절되는 게 생각보다 편합니다.
제품명에 붙은 8K는 유선 연결 시 폴링레이트 8000Hz를 지원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키 입력을 초당 8000번까지 읽어들인다는 건데, 솔직히 사무·문서 작업에선 체감이 크진 않습니다. 다만 “스펙상 최상위”라는 상징성은 있죠. 그리고 재밌는 건, 이 LCD에 원하는 이미지나 GIF를 넣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용 소프트웨어로 PC와 연결하면 시계 대신 좋아하는 그림·움짤을 띄울 수 있어요. 노브에 뜨는 시간이 실제 시각과 안 맞길래 찾아봤더니, 이것도 전용 소프트웨어로 PC 시간을 동기화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이 자잘한 커스터마이징이 은근 중독성 있습니다.
무선 이야기를 좀 더 하면, 저는 게임을 안 해서 평소엔 선을 아예 빼고 무선으로 쓸 생각입니다. 이럴 때 든든한 게 배터리인데, 제 PRO 8K 모델 설명서 기준으로는 10,000mAh가 적혀 있었습니다(모델·판매처마다 표기가 갈리니 구매 전 본인 상품 상세를 꼭 확인하세요). 어쨌든 대용량이라 무선으로 꽤 오래 버틸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쓰던 키보드와 나란히 놓아보니

그동안 쓰던 키보드(사진 아래쪽, 파란·흰색 풀배열)와 나란히 놓아봤습니다. 확실히 차이가 나는 건 크기예요. 기존 건 넘버패드까지 있는 풀사이즈였는데, 새 AK47 PRO는 넘버패드를 뺀 텐키리스라 가로 폭이 눈에 띄게 짧습니다. 저는 숫자 입력을 몰아서 할 일이 거의 없어서, 그 자리를 마우스 공간으로 돌리는 쪽이 훨씬 이득이었어요.
기존 키보드는 유선 한 가지였는데 새 키보드는 무선까지 되니, 책상 위 선 정리 측면에서도 넘어올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오래 정든 물건을 정리하는 건 늘 아쉽지만, 그렇다고 안 쓰는 걸 계속 쌓아둘 순 없으니까요. 정리 대상이 된 기존 키보드는 중고로 정리(당근)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저는 예전에 16만km 탄 중고차도 안 팔고 고쳐 쓰기로 했을 만큼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인데, 키보드만큼은 매일 손에 닿는 물건이라 이번엔 과감하게 바꿔봤습니다.
✍️ 첫 타건 — 좋다는 말은 아직 아껴둡니다

셋업을 마치고 몇 글자 두들겨 봤습니다. RGB 백라이트가 키캡 사이로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화이트 하우징이라 빛이 더 예쁘게 퍼지더라고요. 다만 타건감·타건음에 대한 평가는 오늘 이 글에선 아껴두겠습니다. 키보드는 며칠 손에 익어야 진짜 느낌이 나오는 물건이고, 오늘은 받자마자 셋업한 첫날이라 지금 “좋다/아쉽다”를 단정하는 건 성급하다고 봤어요. 이 블로그는 실제로 겪은 만큼만 쓰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타건 후기는 어느 정도 길들인 뒤에 따로 정리하려 합니다.
대신 오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개봉과 셋업 경험은 가격 이상이었다는 겁니다. 화이트 셋업에 어울리는 디자인, 알찬 구성품, LCD 노브라는 확실한 개성, 3모드 무선에 핫스왑까지. 8만원대에서 이 정도 조합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 아콘 AK47 PRO 8K 요약 정보
| 항목 | 내용 |
|---|---|
| 제품명 | 프리플로우 아콘 archon AK47 PRO 8K |
| 배열 | 텐키리스(TKL) · 한글/영문 각인 |
| 연결 | 유선 · 2.4GHz 무선 · 블루투스 (3모드) |
| 폴링레이트 | 최대 8000Hz(8K, 유선 기준) |
| 키캡 | PBT 사이드 각인 |
| 스위치 | 핫스왑 지원(여분 스위치·풀러 동봉) |
| 특징 | LCD 화면 + 노브(볼륨/이미지·GIF), RGB 백라이트 |
| 구매가 | 87,900원(쿠팡, 구매 시점 기준) |
✅ 이런 분께 추천
- 화이트 톤 데스크 셋업을 맞추고 싶은 분
- 유선·무선·블루투스를 상황 따라 오가고 싶은 분
- LCD·노브 같은 커스터마이징 재미를 원하는 분
- 나중에 스위치를 갈아 끼워볼 생각이 있는 분(핫스왑)
❌ 이런 분껜 비추
- 넘버패드가 반드시 필요한 분(텐키리스라 없음) 텐키리스 모델이 별도로 있습니다. ak47->ak74
- 완전 무각인·미니멀 키캡만 선호하는 분
- 브랜드 커스텀 특유의 프리미엄 마감을 기대하는 분
⭐ 한줄평: 8만원대에 “만지는 재미”를 이만큼 넣은 키보드는 드뭅니다. 타건 후기는 길들인 뒤에 다시.
💡 구매 팁 — 같은 ‘AK47’이라도 일반형과 PRO 8K는 배터리·폴링레이트 표기가 다릅니다. 저처럼 8K·대용량 배터리를 기대하고 산다면, 주문 전 상품명에 ‘PRO 8K’가 붙어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그리고 저소음이 중요하면 스위치 종류(축) 표기도 함께 보시는 걸 권합니다. 제품 상세는 프리플로우 공식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무선 배터리 아끼기 — 조명 완전히 끄는 단축키
블루투스로 쓰다 보니 조명이 배터리를 은근히 갉아먹더군요. 백라이트는 금방 껐는데 측면 사이드 LED가 안 꺼져서 한참 헤맸습니다. 매뉴얼에도 명확히 안 보여서, 직접 눌러가며 찾은 조합을 남겨둡니다.
✅ Fn + Enter — 백라이트·사이드 LED·LCD까지 조명이 한 번에 전부 꺼집니다.
✅ Fn + Backspace — 위 상태에서 이걸 누르면 LCD 화면만 다시 켜집니다(시계·정보는 보면서 나머지 조명만 끄고 싶을 때 유용).
무선으로 쓸 거라면 이 두 개만 알아둬도 배터리 지속 시간 체감이 확 달라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개봉과 셋업 첫인상이었습니다. 며칠 손에 익힌 다음, 타건감·타건음 그리고 실사용 배터리 체감을 정리한 2편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그때는 오늘 아껴둔 평가를 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정리 예정인 기존 키보드 중고 처분기도 기회가 되면 짧게 남겨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